탈락자 합격하고 자소서에 부모 직업… 학종 불공정 실태

입력 2020-10-13 17:20 수정 2020-10-13 17:21

교육부가 서울대, 고려대 등 6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에서 불공정 사례가 14건 적발됐다. 자기소개서의 부모 직업을 기재하거나 전형 과정에서 탈락시켰던 지원자를 뒤늦게 합격시키는 등 ‘깜깜이 전형’이라는 학종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러나 자율형사립고나 과학고 등 특정고교유형을 우대하는 고교학점제(학교에 등급을 매겨 학생을 평가하는 제도)는 이번에도 규명하지 못했다. 교육부는 일선 고등학교에서도 총 209건의 기재금지 위반 사례가 확인돼 재발 방지를 위한 3단계 검증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13일 제17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열고 학종 실태조사 후속 특정감사(대학) 결과를 논의했다.

지난해 10월 교육부는 대입 신뢰성 확보 차원에서 서울대 등 13개 대학을 대상으로 학종 실태조사에 나섰다. 그중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경희대, 건국대 등 6곳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1년에 걸쳐 후속 조사를 진행했다.

교육부는 6개 대학 후속 조사 결과 7명을 중징계, 13명을 경징계하는 등 108명에 대해 신분상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기관 경고 1곳 등 행정상 조치도 5건 이루어졌다.

이번 감사에서는 특히 교사추천서와 자기소개서에 기재금지사항을 쓰고도 당연히 탈락해야 할 수험생 합격되거나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구체적으로 성균관대는 2019학년도 학종 서류검증위원회에서 자기소개서 또는 교사 추천서에 기재가 금지된 ‘부모 등 친인척 직업’을 쓴 지원자 82명 중 45명은 ‘불합격’ 처리했지만 37명은 ‘문제없음’으로 평가했다가 중징계를 받았다.

또한 성균관대는 2018~2019학년도에 2명이 교차평가해야 하는 학종 서류전형에서 검정고시, 해외·국제고 출신 수험생 총 1107명에 대해 평가자를 1명만 배정하고, 해당 입학사정관이 혼자 응시자별 점수를 두 번씩 부여해 평가했다. 그 결과 226명은 동일점수, 881명은 다른 점수를 부여해 평가한 사실이 드러났다.

건국대는 2019학년도 학종 서류평가에서 지원자 12명의 교사추천서에 기재금지사항인 지원자 성명과 출신고교가 기재돼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입학사정관 14명이 평가시스템에 해당항목을 표기하지 않거나 의견을 기재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모집정원 1명인 2019학년도 학종 고른기회전형 면접평가에서 특성화고 출신 지원자 모두에게 ‘부적격’을 부여해놓고 학종 심의위원회에서 합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1명의 점수를 번복해 합격 처리했다.

서울대 특정학과에서는 모집정원이 6명인 2019학년도 지역 균형 선발 면접 평가에서 지원자 17명 모두를 ‘학업능력 미달’ 등으로 C등급(과락)을 부여해 한 명도 선발하지 않았다가 기관 경고를 받았다. 규정상으로는 A+ 10%, A 30%, B 30%, C 30%씩 부여하게 돼 있다.

교직원인 학부모가 자녀가 응시한 입시전형에 채점위원이나 시험감독으로 위촉된 사례도 있었다.

서강대에서는 2016학년도 논술전형에 교수의 자녀가 지원했음에도 해당 교수를 같은 과 채점위원으로 위촉했다. 성균관대에서도 2016학년도 논술 우수 전형에 교직원 4명의 자녀가 지원한 사실을 알고도 해당 교직원을 시험감독으로 위촉했다.

그러나 자녀인 응시자가 전원 결시하거나 불합격한 탓에 모두 경고 조치만 받았다.

교육부는 지난해 실태조사에서 각 대학이 현행 입시제도에서 금지된 고교 등급제를 적용했을 정황을 파악하고 추가 조사를 추진했으나 결국 명확한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

앞서 교육부는 작년 13개 대학의 학종 고교 유형별 합격률을 살펴본 결과 과학고·영재고가 26.1%로, 일반고(9.1%)의 2.9배나 됐다고 밝혔다.

지원자 내신 등급은 일반고가 자사고, 외고·국제고, 과학고 순으로 등급이 높았으나 합격자 비율은 역순으로 나타나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종 내부 문서, 평가 시스템, 사정관 교육자료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으나 고교별 점수 가중치 부여 등 특정 고교 유형을 우대했다고 판단할 명확한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대입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학종 등 특정 전형에 쏠림이 있는 서울 소재 16개 대학에 수능 위주 전형을 2023학년도까지 40% 이상 확대하라고 권고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7월까지 일선 학교현장의 학생부 기재현황에 대한 추가 실태조사도 진행했다. 그 결과 209건의 기재금지 위반 사례가 확인됐다. 각 시도교육청은 관련 고교 6개교에 기관경고 처분을 내렸으며, 교원 23명에게 '주의' 처분했다. 161건에 대해서는 시정권고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