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인 방역모범국으로 불리는 뉴질랜드에서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저신다 아던 총리의 인기가 높다. 유연하면서 결단력 있는 리더십을 인정받은 아던 총리는 오는 17일로 예정된 총선에서 재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뉴질렌드에서 아던 총리의 인기는 펜데믹이 불러온 심각한 경제난과 예측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나온 엄청난 현상이며, 곧 시험에 오른다”면서 “아던 총리는 이달 선거에서 여유롭게 승리할 전망”이라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총선에서는 임기 3년의 국회의원 120명을 뽑는다. 아던 총리가 이끄는 집권 노동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인 국민당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WP는 “코로나19 위기에 유연하고 단호하게 대응하며 전세계에 있는 진보적인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서 “다자주의와 자유주의 가치를 포용하면서 ‘반 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크라이스트처치 소재 무슬림 사원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졌을 때, 아던 총리는 무슬림 사회와의 연대를 약속하고 총기 참사에 사용된 총기류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17일 만에 의회에 제출하는 추진력을 보여줬다. 화이트섬 화산 폭발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도, 팬데믹이 전세계를 덮쳤을 때도 아던 총리의 대응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특히 뉴질랜드 정부는 코로나19 사망자가 25명에 그치는 방역 성과를 냈다.
미국 CNN방송은 “아던 총리는 뉴질랜드의 작은 마을인 모린스빌에서 피시앤칩스를 팔던 아르바이트 직원이었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지도자 중 한 명”이라면서 국민의 신뢰를 얻은 비결로 “거짓 없이 소통하는, 설득의 리더십”을 꼽았다.
아던 총리의 소탈하고 친근한 모습은 전세계에 작지 않은 인상을 남겼다. 그녀는 취임 첫 해에 임신하고, 출산한 후에는 6주간 휴가를 떠나기도 했다. 3개월 된 딸과 유엔 총회에 참석한 모습도 화제가 됐다.
팬데믹 이후에는 약혼자와 브런치를 먹으러 간 식당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규정 때문에 입장을 거부당한 일화가 널리 알려지면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높였다. 당시 약혼자인 클라크 게이퍼드는 “예약하지 않은 내 책임이 크다”고 사과했고, 총리는 “카페에서 기다리는 건 바이러스 규제 기간에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나도 보통 사람들처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아던 총리는 코로나19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자신의 급여를 6개월간 20% 삭감하기도 하고, 바이러스를 통제한 이후 내수 관광 활성화를 위해 주4일제를 파격 제안하기도 했다.
CNN은 “그럼에도 아던 총리를 반대하는 여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 “비평가들은 그가 첫 임기 3년동안 공약을 거의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위축된 경제를 어떻게 살릴지도 관건이다. WP에 따르면 올 2분기 뉴질랜드 경제는 이웃나라 호주의 두 배 수준인 12.2% 뒷걸음질쳤다.
한편 뉴질랜드텔레비전(TVNZ) 방송 1뉴스는 13일 128만2400여명이 총선 사전투표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7년 총선 때 전체 사전투표 유권자 124만명보다 더 많은 수치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