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항공사들에 지원 중인 고용유지지원금 기한이 이르면 이달 말 만료되면서 저가항공사(LCC)들은 ‘연말 보릿고개’ 버티기에 들어갔다. LCC 대부분이 다음 달부터 무급휴직으로 전환하고 제주항공은 조만간 정부에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하기로 했다. 이스타항공은 14일 직원 605명을 계획대로 해고할 예정이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이 종료되는 진에어와 티웨이항공, 에어부산은 다음 달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1~2개월간 무급휴직을 하기로 했다. 제주항공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다음 달 무급휴직 신청을 받았다. 에어서울도 무급휴직 전환을 검토 중이다.
이는 지난 3월부터 정부가 지급해온 고용유지지원금 기한(180일+2개월)이 이달 말부터 종료돼서다. 애초 8월 말쯤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항공업계의 코로나19 타격이 이어지자 정부가 기한을 2개월 연장했다.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한은 해가 바뀌면 갱신되기 때문에 내년 항공사들은 다시 6~8개월간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연말만 버텨보자’는 심정으로 LCC들이 무급휴직 전환 카드를 꺼낸 것이다.
고용유지지원금조차 받고 있지 않은 이스타항공은 14일자로 예정됐던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했다. 계획대로 직원 605명을 정리해고하면 이스타항공 직원은 590여명으로 줄어든다. 이후 추가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 수는 400여명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객 수 급감이 장기화되면서 대형항공사와 달리 화물 운송 혜택도 누릴 수 없는 LCC 대다수는 유동성 문제가 극심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단 버티기 심산으로 무급휴직에 들어갔지만 언제까지 인건비 감축만으로 유동성 문제를 막을 수 없는 노릇”이라며 “내년 상반기 운영자금이 소진돼 생사기로에 내몰릴 LCC들이 대다수”라고 우려했다.
기안기금 지원 대상이 되는 제주항공은 그나마 나은 처지다. 제주항공은 오는 15일 기안기금 운용심의회가 열리기 전 지원을 신청하기로 했다. 2분기 순손실이 1006억원인 제주항공이 정부로부터 약 1700억원을 받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기안기금 지원을 받으려면 근로자 300명 이상, 총 차입금 5000억원 이상 등 조건이 필요한데 현재 LCC 중에선 제주항공과 에어부산 등 2곳만 조건에 맞는다.
제주항공이 기안기금 지원을 받으면 2호 지원 기업이 된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과 인수·합병(M&A)이 무산된 아시아나항공이 2조4000억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