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지역 고층 건축물이 화재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70m 이상 고가 사다리차가 1대도 없어 불이 나면 소방관이 직접 건물 내부로 들어가 불을 끌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광주·전남지역 30층 이상 고층 건물은 81개이고 건축 중인 곳도 상당수에 달한다.
13일 소방청에서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광주·전남지역에 30층을 넘는 고층 건축물은 아파트 72개(광주 52·전남 20), 업무시설 3개(광주 2·전남 1), 복합건축물 6개(광주 6)다.
광주 서구 광천동 호반써밋 아파트(48층)와 첨단 힐스테이트리버파크(42층)는 40층이 넘고 누문동과 양산지구 등에도 40층이 넘는 아파트 건축이 승인되거나 추진 중이다.
하지만 시·도 소방본부에 배치된 고가 사다리차는 33m 이상 57m 이하 21대(광주 5·전남 16)뿐이다. 굴절사다리차(휘어서 꺾이는 사다리를 갖춘 특수차량)도 33m 이상 57m 이하가 6대(광주 1·전남 5), 33m 이하는 7대(광주 4·전남 3)가 전부다.
최대 23층 높이에서 화재가 발생할 때 진압에 사용되는 70m 고가사다리차는 두 지자체에 1대도 없다. 고층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관이 직접 건물 내부로 들어가 진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2014년 9월 광주 쌍촌동 한 아파트 12층에 사는 A씨(48)가 부부싸움 끝에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질러 거실 등 80㎡를 태운 화재 당시 소방관이 직접 아파트로 진입해 20여 분 만에 불을 껐다.
지난 8일 울산에서 발생한 주상복합 고층아파트 화재에서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고가사다리차가 없어 소방관들이 직접 건물 내부로 진입해 화재를 진압했다.
아파트 안의 소방호스로 직접 진화작업을 벌여 초기진화를 하는 데 13시간이 필요했다.
현재 70m 고가 사다리차는 서울·경기·인천이 각각 2대씩 보유하고 있으며, 부산·대전·세종·제주가 1대씩 등 총 10대가 전부다. 만일 광주 고층 아파트 불이 나면 가장 가까운 대전에서 오는 데만 최소한 2시간 이상이 걸린다.
이에 따라 고층 건물 화재에 대비한 소방장비 마련과 화재 예방 환경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고층 건물 화재진압에 필수적인 장비가 취약한 현실은 소방헬기 보유 현황에서도 두드러진다.
고층 화재진압에 필수인 소방헬기가 없는 지역은 대전, 세종 등 2곳으로 광주, 울산,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남, 제주 등은 각 1대씩 소방헬기만 보유 중이다.
부산, 대구, 인천, 강원, 경북 등은 각 2대의 소방헬기를 가지고 있는 데 비해 수도권인 서울과 경기는 3대의 소방헬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광주에서는 해마다 유해 화학물질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지만, 전담인력이 태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13건의 각종 화학사고가 일어났지만 위험 물질을 다루는 전문 전담인력이 1명도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당국은 화생방 테러와 각종 화학 사고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화학 특채자를 적절히 채용해야 하지만 광역단체별 소방본부에서 매년 한두 명 수준에 그치거나 전혀 뽑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화학 특채자는 관련 자격증 소지자·화학 전공자가 관련 분야에서 2년 경력을 쌓으면 채용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화학사고 현장에서 전문가로서 능력을 발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인천 서구 공장 탱크로리 폭발사고의 경우 화학복을 입어야 하는 현장에서 단순 방화복을 입고 대응하던 소방관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전국 유해 화학물질 취급시설은 광주 302곳, 전남 1316곳을 포함해 총 1만7544곳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