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시장 붕괴론에 계약갱신 ‘3+3’제안까지

입력 2020-10-13 15:12 수정 2020-10-13 16:53
임대차 2법이 지난 7월 31일 시행됐지만 이로 인한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임대차 2법 시행 전인 지난 7월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매물 정보가 텅 빈 모습. 윤성호 기자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신고제)은 지난 7월 31일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우선 시행된 후로 내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여론은 임대차 시장이 실제로 더 불안해졌는지부터 불안의 여파가 얼마나 이어질 것인지까지 거의 모든 상황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안전 장치를 성실히 마련한다면 시장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낙관과, 시장을 돌이킬 수 없게 망가뜨릴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교차했다.

우선 임대차 3법 도입 이후 조성된 시장 상황에 대한 평가는 판이하게 갈렸다. 부동산개혁을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일단 임대차 2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으로 전세 시장이 불안정해졌다는 진단에 대체적으로 동의하지 않았다. 법을 시행하면 단기적으로는 당연히 따라오게 돼 있는 매물 감소를 부작용이나 시장 불안정 현상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집값 상승에 비해 전월세는 안정돼 있다가 올해 상반기부터 전월세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며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으로) 계약기간 자체가 2년에서 4년으로 늘었기 때문에 거래건수가 제도 시행 전과 같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되면 많은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재계약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매물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한 매물 감소와 최근의 전셋값 상승세는 전혀 별개의 현상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오히려 전세시장 불안론을 주장하는 쪽에서 시장 상황을 지나치게 속단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효주 참여연대 민생팀 간사는 “전셋값이 단적으로 임대차 3법 때문에 폭등하기는 어렵다”며 “7월 31일에 도입되고 2개월 조금 넘게 지났는데 임대차 3법 때문에 가격이 폭등하고 전세가 소멸하고 그런 현상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제도 변화나 규제 강화가 시장에 영향을 줄 때까지는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시장의 진단은 정반대였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임대차 3법의 영향으로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기존 재계약 물건들이 4년치 임대료를 미리 인상하다보니까 전셋값이 오르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 아파트로 한정할 경우 전셋값은 이미 지난해 7월부터 60주 넘게 하락해왔지만 8월 이후 매물 감소세는 유별나다는 것이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5000건대에 불과해 역대 최저치인 게 사실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현재 매물급감과 가격폭등에는) 임대차 3법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심 교수는 “제도를 너무 실험적으로 도입했기 때문에 매물이 급격히 줄고 가격이 폭등하는 등 혼란이 커지는 것이고 더 걱정되는 것은 이런 현상들이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고 우려했다.

전세 시장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임대차 3법이 결국 전세제도를 소멸시킬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예상에 대해서는 전세 매물 감소 현상이 과장됐다고 보는 쪽은 물론 매물 감소가 전셋값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쪽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심 교수는 “전세소멸까지 가려면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릴 것이다. 지금은 공급은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전세제도에서 규제 많이하고 세금 과하게 매기는 것을 완화해야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간사도 “전세 소멸은 2016년 박근혜 정권 때도 나온 이야기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며 “다른 나라가 결국 그러니 전세 소멸의 방향으로 가겠지만 아직은 섣부른 판단이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월세 제도가 전세에 비해 주거비부담을 크게 늘리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 소장은 “전월세 부담이 결국엔 주거비 부담인데 (전월세전환율) 2.5%면 전세나 월세나 큰 차이가 없다”며 “전세 세입자라고 다 자기돈으로 하는 것은 아니고 은행에서 빌리는 건데 이율은 월세와 비슷하다. 이런 조치들이 신규 세입자들을 위한 조치로서는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전세가 월세화하며 주거비부담을 늘리는 것을 막기위해 전월세전환율을 하향조정(4%→2.5%) 한 상태다.


임대차 3법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더 큰 이유는 4년 후(계약갱신청구권제에 따른 계약 만료 시점) 시장 상황을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서 교수는 “임대차 시장의 혼란은 앞으로 1년 정도 지속되다가 이후 4년은 계약갱신청구권의 영향으로 안정될 것”이라면서도 “그 기간이 지나면 4년치 인상이 한꺼번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계약갱신청구권제로 4년간 묶여있던 매물이 풀리며 전셋값을 폭등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신규 세입자에 대한 보호 장치를 미리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 간사는 “임대인들이 신규 세입자들에게 (4년치 인상액을 미리) 올려받을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 추가적으로 입법이 보완될 부분이라고 보고 있다”며 “신규 임대차 계약에서도 임대료 인상 상한이 도입돼야 한다. 계약 갱신이 돼도 4년 밖에 안되는데 그 이후 임대료 폭등을 막는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임대차 3법을 질적으로 강화해 세입자를 더 제대로 보호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최 소장은 “(계약갱신청구권제의) ‘2+2’는 너무 짧은 기간이고, ‘3+3’해서 적어도 6년은 돼야 한다. 적어도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거나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기간을 고려해야 한다”며 “전월세상한제의 상승률 5%를 적용하는 것도 너무 높고 분쟁을 조정하는 기구라든가 행정적으로 조치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임대차 3법 강화로 인한 인한 역효과를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서 교수는 “새 임대차 계약에도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면 당연히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면서도 “그랬다가는 전세 가격의 양극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민간 임대 주택 중 신규로 공급되는 것들은 서민들이 엄두를 못 낼 만큼 보증금이 급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 교수도 “공급부족에 따른 악영향들이 나타날 수 있다”며 “주택 품질이 저하돼 세입자들 입장에선 집을 구할 수 없거나 아예 질낮은 주택밖에 시장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택현 정우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