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1·2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세계 200여개 지역 인기 싱글 순위를 집계하는 글로벌 200 차트에서도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노래가 톱3를 독식했다.
빌보드는 12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과 조시 685, 제이슨 데룰로의 ‘새비지 러브’ 리믹스가 메인 싱글차트인 핫 100 차트 정상에 올랐다고 밝혔다. 2위는 방탄소년단 싱글 ‘다이너마이트’가 차지했다. 스트리밍, 유튜브 조회 수, 라디오 방송횟수 등 대중성을 가늠해 매겨지는 핫 100 정상은 세계 최대 대중음악 시장인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발매 첫 주인 지난 8월 31일 ‘다이너마이트’로 한국 가수 최초 핫100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은 이로써 또 한 번 대기록을 썼다. 빌보드에 따르면 핫 100 1·2위를 동시에 차지한 그룹은 2009년 6~7월 ‘붐 붐 파우’ ‘아이 가타 필링’으로 이름을 올린 블랙 아이드 피스 이후 11년 만이다. 같은 기록을 세운 그룹은 블랙 아이드 피스를 포함해 아웃캐스트(2003∼2004), 비지스(1978), 비틀스(1964) 등 세계적인 유명세를 자랑하는 4개 그룹뿐이다. ‘다이너마이트’ 역시 핫 100 차트에서 7주 동안 1위를 3번, 2위를 4번 차지하는 등 최상위권에서 활약 중이다.
‘새비지 러브’는 뉴질랜드 출신 프로듀서 조시 685가 만든 ‘랙스드’(Laxed)에 미국 가수 제이슨 데룰로가 보컬을 더한 곡으로 앞서 동영상 기반 플랫폼 틱톡에서 유행하며 인기를 끌었었다. 지난주 핫 100에서 8위였던 ‘새비지 러브’는 방탄소년단이 후렴구와 랩에 참여한 리믹스 버전이 지난 2일 발매되자마자 1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2∼8일 미국에서 스트리밍 1600만회, 다운로드 7만6000건을 기록한 리믹스 버전은 5~11일 라디오 청취자 7060만명에 노출됐다.
특히 ‘새비지 러브’의 1위는 방탄소년단이 영어로 노래한 ‘다이너마이트’와 달리 한국어 가사가 포함된 곡이어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방탄소년단은 이 곡에서 영어 가사만이 아니라 “사랑이란 어쩌면 순간의 감정의 나열/ 조건이 다들 붙지 난 뭘 사랑하는가” 등의 한국어로 된 랩을 소화했다.
이번 사건은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한 K팝이 미국 대중음악 시장 본류에 안착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미국에서는 협업에 참여한 가수가 단순 서포터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곡에 충분한 책임과 권리를 갖는다”며 “협업 가수의 영향력과 음악성, 그리고 대중성이 리믹스곡의 핵심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고 자평했다.
글로벌 200 차트에서도 약진을 거듭하고 있는 K팝의 세계적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포함 세계 200여개 지역의 스트리밍, 음원 판매 데이터를 집계하는 글로벌 200 차트 이주 상위권은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로 점철됐다. ‘새비지 러브’가 이번 주 1위에 올랐으며 블랙핑크 신곡 ‘러브식 걸즈’가 2위, ‘다이너마이트’가 3위에 올랐다. 미국을 뺀 나머지 지역을 합산하는 ‘빌보드 글로벌’ 차트에서는 ‘러브식 걸즈’가 1위로 데뷔했다. 2·3위는 ‘다이너마이트’ ‘새비지 러브’가 차지했다. 13일 ‘붐바야’ 유튜브 뮤직비디오가 조회 수 10억회를 돌파한 블랙핑크는 ‘뚜두뚜두’ ‘킬 디스 러브’에 이어 등 10억뷰 뮤직비디오 3편이라는 진기록도 썼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