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5년 국가채무비율 99.6% 되면 신용등급 2단계 하락 우려”

입력 2020-10-13 11:30 수정 2020-10-13 11:38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증가할 경우 2045년에는 국가신용등급이 지금보다 2단계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45년에 최대 99.6%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3일 전 세계 41개국을 대상으로 국가채무 비율이 다음 해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국가신용등급이 0.03단계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를 우리나라에 대입하면 채무 비율이 99.6%가 될 경우 지난해 말 38.1%보다 61.5%포인트 상승하고, 신용등급은 총 2단계 떨어질 수 있다. 2018년까지 GDP 대비 36% 수준을 유지하던 우리나라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3.9%까지 오를 전망이다. 정부가 발표한 장기재정 전망에 따르면 2045년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비율은 99.6%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경연은 우리나라도 급격한 국가채무 증가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무리한 재정 지출로 신용등급이 급락했던 일부 유럽 국가처럼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경연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단기간에 국가채무가 급증했던 스페인, 아일랜드 등 유럽 국가의 신용등급이 3~4년 만에 최고 수준에서 투기등급 직전까지 하락했다”며 “최근 우리나라의 급격한 국가채무 증가가 대외신인도 악화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스페인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자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펼쳤다. 그 결과 GDP 대비 39.4%에 불과하던 국가채무 비율이 2012년 85.7%까지 뛰었다. 이후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은 AAA에서 BBB-로 9단계 떨어졌다.

국가신용등급이 최상위권에 속했던 아일랜드도 정부가 2008년부터 부실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투입하자 2010년 한 해에만 GDP 대비 29.7%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국가채무 비율은 2007년 23.9%에서 2011년 111.1%로 급등했고, 국가신용등급은 같은 기간 7단계 떨어져 BBB+를 기록했다.

한경연은 재정건전성에 대한 과신은 금물이라며 실효성 있는 재정준칙을 주문했다. 독일은 2008년 금융위기로 국가채무 비율이 2년간 16.8%포인트 오르자 헌법에 균형재정 유지 원칙과 신규 국가채무 발행 상한선(GDP 대비 0.35%)을 명시했다.

반면 우리나라도 최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과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각각 60%, -3% 내에서 관리하겠다는 재정준칙 도입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한경연은 채무 비율 상한선이 지나치게 높고, 제재 수단도 없어 실질적 효과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국가채무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면 해당 국가의 채무상환 능력에 대한 신뢰도 하락 및 해외 투자자금 유출을 초래해 국가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재정건전성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재정지출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