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애경,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인 척하며 사찰”

입력 2020-10-13 11:16 수정 2020-10-13 11:22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직원들이 온라인 모임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사칭해 동향을 파악해 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SK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 원료 물질을 공급한 회사고, 애경산업은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인 ‘가습기 메이트’의 판매사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이들이 지난해 5월 가습기살균제 항의 행동을 위한 SNS(밴드)에서 피해자라고 속여 지속해서 게시글을 열람했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서를 제출했다고 13일 밝혔다.

사참위에 따르면 SK케미칼 직원은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사무실을 방문해 피해자 온라인 모임에 로그인했다. 이후 사참위가 해당 직원에게 출석을 통보하자 SK케미칼은 해당 직원의 업무용 PC를 교체했다. 또 이 직원은 사참위 조사 과정에서 온라인 모임 접속에 사용한 휴대전화가 아닌 다른 휴대전화 단말기를 조사관에게 제시했다.

애경산업 직원은 지난해 초 피해자 온라인 모임(가습기살균제 항의행동 밴드)에 가입한 후 관련 정보를 수집해 주간보고 또는 애경산업 임직원들이 속해 있는 SNS 단체방에 공유하는 방식으로 상급자들에게 보고했다고 사참위는 밝혔다.

최예용 가습기살균제참사진상규명소위원장은 “가해 기업들이 참사에 대한 책임은 회피한 채 피해자를 사칭하고 피해자들을 사찰한 행위는 또 다른 형태의 2차, 3차 가해를 한 것”이라며 “피해자들에 대한 가해 기업들의 생각이 어떠한지 그 단면을 보여준 사건이며, 이에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