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 미국 선택했다고 앞으로 70년간 미국 선택 아냐”
미국 국무부 “한미 동맹, 매우 자랑스럽다” 에둘러 반박
이수혁 주미대사가 12일 국정감사에서 내놓은 한·미 동맹 발언과 관련해 한·미 간에 불협화음이 노출됐다.
이수혁 대사가 화상 방식으로 진행됐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한국이 70년 전에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던 것이 발단이 됐다.
이 대사는 이어 “앞으로도 미국을 사랑할 수 있어야, 우리 국익이 돼야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그래야만 한·미 동맹도 굳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사는 또 “사랑하지도 않는데 70년 전에 동맹을 맺었다고 해서 그것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은 미국에 대한 모욕”이라며 “미국과의 동맹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미국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사는 우리 국익에 기반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설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일부 발언은 한·미 동맹의 안정성에 도움이 되지 않고, 수위를 넘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대사가 최근 한·미 관계에 에둘러 불편한 마음을 표시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 대사 발언에 대해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은 “우리는 70년 역사의 한·미 동맹과 미국·한국·지역 전체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미 동맹이 이룩한 모든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밝혔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그러면서 “한·미 양국은 공유한 가치들에 기초해 동맹이자 친구로 규칙에 기반한 국제사회 질서를 훼손하려는 자들을 비롯해 이 지역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도전들에 맞설 수 있는 한미·동맹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한·미 동맹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 대사 발언을 간접적으로 반박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 대사는 이전에도 한·미 동맹과 관련한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이 대사는 지난 6월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가 아니라 이제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는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국은 수십 년 전 권위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이미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고 맞받아쳤다.
RFA는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가 이 대사의 이런 발언들은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에서 ‘떨어지려는 것(tilt away)’을 보여준다며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동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주미대사관은 입장 자료를 발표하고 이 대사의 발언을 해명했다. 주미대사관은 “국정감사에서 이 대사가 강조했듯이 한·미 동맹은 가치동맹이자 포괄적 전략동맹”이라며 “한미동맹은 70년 전 맺어진 과거의 약속뿐만 아니라 양국이 공히 공유하는 가치와 이익에 기초하기에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미대사관은 이어 “이 대사의 발언은 한·미 동맹이 한·미 양국 국익에 부합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기에 강력하게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주미대사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사상 최초로 진행됐던 화상 청문회에서 이 대사의 시선이 카메라에 고정되지 않은 장면이 계속 나온 것은 주미대사관 국정감사실의 대형 모니터가 고장나 책상 위에 휴대전화를 설치한 뒤 이를 보며 답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