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닮는다던데… 과연 사실일까?

입력 2020-10-12 20:50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그의 배우자 소피 헌터.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랑하는 연인끼리는 서로의 모습을 닮아간다’는 속설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미국에서 33년 만에 다시 진행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2일(현지시간) ‘사랑하면 서로 닮아간다’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진행한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연구진은 신문에 실린 결혼기념일 광고와 인터넷에 업로드된 커플 517쌍의 사진을 찾아 이들의 신혼 초 모습과 수십년 후 모습을 대조하는 작업을 벌였다. 신혼 초 사진은 결혼 후 2년 이내에 찍힌 것을, 그 이후 모습은 최소 20년에서 69년의 시차를 두고 찍힌 사진을 사용했다.

연구진은 세월이 흐르며 부부가 서로의 모습을 닮아갔는지 확인하기 위해 무작위로 선별된 사람들에게 남편의 사진과 아내의 사진, 그리고 일반인 4명의 사진 등 총 6명의 사진을 보여주고 남편과 가장 닮은 사람을 고르도록 요구했다. 이 작업은 최신 안면인식 컴퓨터도 동일하게 수행했다.

1987년 미시간대에서 실시된 유사 실험에서는 표본이 12장밖에 제시되지 않았다. 반면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표본을 수백 장으로 늘려 정확도를 높였다.

실험 결과 부부가 돼도 서로의 모습을 닮아간다는 속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연구진은 부부가 애초에 자신을 닮은 사람을 반려자로 골랐다고 설명했다.

사랑하면서 부부가 닮아간 게 아니라, 처음부터 자신과 닮은 사람과 사랑에 빠져 살아온 것이다. 전제와 결론이 뒤바뀐 채 수십년간 속설로 전해내려온 셈이다.

가디언은 이 연구가 과거 연구 재검증에 대한 필요성을 일깨워줬다고 지적했다. 미첼 코신스키 스탠퍼드대 교수는 “현대 사회과학계의 가장 큰 문제는 연구진이 항상 새롭고 놀라우며 뉴스가 될 만한 사실을 연구하는 데 몰두한다는 점”이라며 “논문이 많이 인용되거나 인정을 받지는 못하겠지만 연구진의 이런 노력은 학계를 보다 깔끔하게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