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이 한국전쟁 관련 발언을 놓고 중국 네티즌들이 이를 왜곡해 비난하며 파장을 일으키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중국 현지 채널에 개재된 방탄소년단 관련 광고를 내렸다. 왜곡된 비난 여론이 불매운동 등까지 거론하면서 당장 판매 타격이 우려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2일 삼성전자 중국 공식 온라인 쇼핑몰을 확인한 결과 방탄소년단 제품 소개 페이지는 삭제됐다.
미국, 일본, 대만, 영국, 프랑스, 호주 등에서는 방탄소년단 관련 제품 소개 페이지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중국법인 차원에서 현지 방탄소년단 광고만 삭제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갤럭시 방탄소년단 한정판 중국 내 판매도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 징둥 닷컴과 삼성전자 공식 판매점에서 ‘갤럭시 S20 플러스 5G BTS 에디션’과 ‘갤럭시 버즈 플러스 BTS 에디션’ 제품이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알리바바 타오바오에서도 같은 상품의 판매가 중단됐다고 부연했다.
다만 삼성전자 측은 판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해당 제품의 재고가 더 이상 없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현대차도 공식 웨이보 계정에 개재된 방탄소년단 광고 이미지와 영상을 내렸다. 이탈리아 의류브랜드인 휠라도 공식 웨이보에서 방탄소년단 관련 프로모션 게시물을 삭제했다.
이 같은 상황은 방탄소년단의 한국전쟁 70주년 관련 발언을 놓고 중국 네티즌과 관영 매체들이 공격을 계속하면서 벌어졌다.
방탄소년단의 RM(본명 김남준)은 지난 7일 미국의 한미 친선 비영리재단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온라인으로 진행한 ‘밴플리트상’ 시상식에서 “올해 행사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다”며 “우리는 양국(our two nations)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남녀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일부 중국 네티즌들이 “‘양국’이라는 표현은 ‘한국과 미국’을 의미하는 것이며, 한국전쟁 당시 중국 군인들의 고귀한 희생을 무시한 것”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한 중국 네티즌은 “BTS의 팬이지만, 중국인이기 때문에 ‘탈덕’(팬을 그만두는 행위를 이르는 신조어)하겠다”면서 “국가 존엄 무시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부 중국어 방송에서 ‘양국’을 ‘한국전쟁의 교전 쌍방’으로, ‘남녀의 희생’을 ‘남녀군인의 희생’으로 오역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이 같은 비난 여론을 더 부추겼다.
중국 외교부는 양국은 우호 관계를 도모해야 한다면서 진화 시도에 나섰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향하고 평화를 아끼며 우호를 도모하는 것은 우리(한중)가 함께 추구해야 하며 함께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