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질 끌던 디지털세 합의안 결국 내년으로…‘삼성세’ 우려 여전

입력 2020-10-12 20:01 수정 2020-10-12 20:03
OECD·G20 동참 IF 디지털세 합의안 내년 중순 공식 연기
코로나19 여파와 미국 등 주요국간 이견 극복 못 해
중간보고서에 삼성 등 제조기업 여전히 과세 대상 포함
한국에 유불리 판단은 시기상조



다국적 기업의 디지털 매출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디지털세’ 신설 논의가 결국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내년으로 연기됐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과 주요 20개국(G20)을 포함한 136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협의체(IF·Inclusive Framework)’는 이날 코로나19 확산 등의 영향을 고려해 디지털세에 대한 최종 합의안 작성 시점을 당초 올해 말에서 내년 중순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디지털세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주로 미국 출신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을 겨냥한 논의로 유럽 국가들이 주로 논의를 주도해왔지만, 자국 중심주의를 펼쳐온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벽을 넘지 못했다. OECD는 당초 올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이전까지 ‘디지털세 공통 과세기준(합의안)’을 만든다는 계획이었지만, 미국 등의 반발과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결국 합의안 도출 시점을 연기했다.


다만 IF는 그동안의 논의 경과를 담은 중간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중간보고서를 보면 그동안 한국에서 우려했던 ‘삼성세’ 논란이 여전히 남아 있다. 중간보고서에는 논의 초반 미국 요구로 IF 기본골격 합의안에 들어간 소비자 대상 사업이 여전히 과세 대상 업종으로 분류돼 있다. 디지털세 논의 과정에서 과세 대상을 디지털서비스 기업으로 정하려 하자 미국 등은 디지털 환경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마케팅하는 제조기업도 과세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때문에 자칫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에 거두는 디지털세보다 삼성 등 국내 제조기업들의 해외 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왔다.

다만 IF 중간보고서에는 소비자 대상 사업 가운데 반도체나 배터리와 같은 ‘B2B(중간재나 부품 등 사업자 간 거래)’ 분야는 제외하기로 돼 있다. 또 중복과세 우려를 막기 위한 논의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IF 중간보고서에 담긴 디지털세 청사진이 한국에 유리한 지는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적용 업종 기준이나 단계적 도입 가능성 등 여러 변수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세 도입으로 인한 기업의 세 부담과 관련해서도 “세부 변수에 관한 결론에 따라 유동적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기업 세 부담에 대한 국내 영향의 정확한 추정은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