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에 ‘주파수 경매’ 고안한 美 밀그럼·윌슨

입력 2020-10-12 20:08 수정 2020-10-12 22:54


올해 노벨경제학상의 영예는 ‘경매이론(auction theory)’의 대가인 폴 밀그럼(72)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같은 대학의 로버트 윌슨(83) 명예교수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폴 밀그럼과 로버트 윌슨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를 2020년 노벨경제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밀그럼은 수상 직후 기자회견에서 “길 건너에 사는 윌슨이 새벽에 문을 두드려 수상 소식을 알게 됐다”면서 “잠을 자기 전이라 내 휴대전화는 무음모드로 설정해둔 상태였다”고 말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공식 발표 직전 전화를 통해 당사자에게 수상 소식을 전한다.

이날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두 사람은 사제 간이다. 회계사로 일하던 밀그럼은 스탠퍼드대에서 MBA 과정에 입학해 스승인 윌슨을 만났다. 밀그럼은 1979년 경매 이론에 관한 논문으로 레너드 새비지 상을 받았는데 해당 논문의 지도교수 역시 윌슨이었다.

윌슨은 경매 이론을 통해 이성적인 응찰자들이 ‘승자의 저주’를 우려해 시장에서 추정한 공통의 가치보다 낮은 가격으로 응찰하는 현상을 보여줬다. 밀그럼은 여기서 나아가 응찰자의 사적인 가치도 경매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발견해냈다.

노벨위원회는 “경매는 어디에서든 벌어지고, 우리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다”면서 “밀그럼과 윌슨은 경매이론을 개선했고, 새 경매 형태를 발명해 전세계 매도자와 매수자, 납세자에게 혜택을 줬다”고 설명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두 학자는 경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응찰자들이 왜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는지 명확히 했다. 또 이 같은 이론적 발견을 토대로 라디오 주파수나 공항에서 특정시간 동안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 등 전통적인 방법으로 팔기 어려운 상품과 서비스 판매를 할 수 있는 새로운 경매 방식을 고안해 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올해 노벨 경제학상의 수상자에게는 총 1000만 크로네(약 12억6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공동 수상자일 경우 두 사람이 절반의 상금을 받는다.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스웨덴 발명가 알프레드 노벨이 만들어 1901년부터 수상이 이뤄졌다. 애초 의학, 물리학, 화학, 문학, 평화 등 5개 분야였으나 스웨덴 중앙은행이 1968년 노벨경제학상을 별도로 창설해 69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52회에 걸쳐 86명이 수상했다.

다음은 1980∼202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및 수상업적.

▲ 2020년: 폴 밀그럼ㆍ로버트 윌슨(이상 미국)
= 경매이론을 개선하고 새로운 경매 형태를 개발

▲ 2019년: 에스테르 뒤플로(여)·아브히지트 바네르지·마이클 크레이머(이상 미국)
= 실험을 기초로 한 빈곤퇴치 연구

▲ 2018년: 윌리엄 노드하우스(미국)·폴 로머(미국)
= 기후변화의 경제적 효과와 내생적 성장이론

▲ 2017년: 리처드 세일러(미국)
= 인간의 특성이 개인의 선택과 시장 성과에 미치는 영향 설명

▲ 2016년: 올리버 하트(영국)·벵트 홀름스트룀(핀란드)
= 계약 이론 연구에 공헌

▲ 2015년: 앵거스 디턴(영국)
= 소비·빈곤·복지에 대한 연구

▲ 2014년: 장 티롤(프랑스)
= 독과점 시장에 대한 효율적 규제 연구

▲ 2013년: 유진 파마, 라스 피터 핸슨, 로버트 실러(이상 미국)
= 자산 가격의 경험적 분석 등 자산시장 최신 연구 트렌드에 기여

▲ 2012년: 앨빈 로스, 로이드 섀플리(이상 미국)
= 안정적 배분 이론과 시장설계 관행 연구 기여

▲ 2011년: 토머스 사전트, 크리스토퍼 심스(이상 미국)
= 거시경제의 인과관계에 관한 실증적 연구에 공헌

▲ 2010년: 피터 다이아몬드, 데일 모텐슨(이상 미국),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영국/키프로스)
= 경제정책이 실업에 미치는 영향 등 노동시장 연구에 공헌

▲ 2009년: 엘리너 오스트롬(여), 올리버 윌리엄슨(이상 미국)
= 지배구조 연구에 공헌

▲ 2008년: 폴 크루그먼(미국)
= 자유무역과 세계화의 영향과 전 세계적 도시화 현상의 배후에 존재하는 힘을 규명할 새로운 이론 수립

▲ 2007년: 레오니드 후르비츠, 에릭 매스킨, 로저 마이어슨(이상 미국)
= 경제학의 많은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의 기초 수립

▲ 2006년: 에드먼드 S. 펠프스(미국)
= 인플레와 실업의 상충관계에 관한 이해를 증진시켜 거시경제 정책과 경제학 연구에 공헌

▲ 2005년: 로버트 J. 아우만(이스라엘-미국), 토머스 C. 셸링(미국)
= 게임이론을 이용해 통상전쟁 등 경제적 갈등 및 협상은 물론이고 냉전시대 군비경쟁 등 정치적·사회적 갈등 및 협상에 대한 이해를 증진

▲ 2004년: 핀 쉬들란(노르웨이), 에드워드 C. 프레스콧(미국)
= 경제정책의 신뢰성과 정치적 최적성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 프로그램을 위한 기반을 마련

▲ 2003년: 로버트 F. 엥글(미국), 클라이브 W.J. 그레인저(영국)
= 통계를 분석하는 수단을 개선해 미래 예측과 리스트 평가를 위한 새 틀 마련

▲ 2002년: 버논 L. 스미스(미국), 대니얼 카너먼(이스라엘-미국)
= 실험경제학 분야 개척

▲ 2001년: 조지 애컬로프, 마이클 스펜스, 조지프 스티글리츠(이상 미국)
= 시장 참여자들의 불균등한 정보 소유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 2000년: 제임스 J. 헤크먼, 대니얼 L.맥퍼든(이상 미국)
= 개인 및 가계의 행위선택에 관한 통계분석기법 개발

▲ 1999년: 로버트 A. 먼델(캐나다)
= 환율에 대한 혁신적 분석기법으로 유로화 출범의 기초 제공

▲ 1998년: 아마르티아 센(인도)
= 사회복지 경제학 이론 발전에 기여

▲ 1997년: 로버트 C. 머튼, 마이런 S. 숄스(이상 미국)
= 스톡옵션 등 파생상품의 가치 평가를 위한 공식 개발

▲ 1996년: 제임스 A. 멀리스(영국), 윌리엄 비크리(캐나다)
= 불균형 정보 아래의 인센티브라는 경제이론 정립

▲ 1995년: 로버트 E. 루카스(미국)
= 케인스의 재정중시 이론을 비판하고 재정과 금융정책은 실질생산과 고용에 미치지 못한다는 '합리적 기대이론' 발전

▲ 1994년: 존 C. 하사니, 존 F. 내시(이상 미국), 라인하르트 젤텐(독일)
= 복잡한 게임이론을 적용해 현실 세계에서의 인간 상호작용 예측

▲ 1993년: 로버트 W. 포겔, 더글러스 C. 노스(이상 미국)
= 경제적·제도적 변화를 설명하는데 경제이론과 양적 방식을 응용함으로써 경제사 연구의 새 지평을 여는 데 이바지

▲ 1992년: 게리 S. 베커(미국)
= 미시경제의 분석영역을 폭넓은 인간행동과 상호 작용으로까지 확대한 공로

▲ 1991년: 로널드 H. 코스(영국)
= 법률 연구에 경제원칙 적용

▲ 1990년: 해리 M. 마르코위츠, 머튼 M. 밀러, 윌리엄 F. 샤프(이상 미국)
= 금융시장과 투자의사 결정 등 금융경제학 이론의 선구적 연구

▲ 1989년: 트리그베 호벨모(노르웨이)
= 경제예측을 위한 통계기법 개발

▲ 1988년: 모리스 알레(프랑스)
= 시장이론과 지원의 효율적 이용에 공헌

▲ 1987년: 로버트 M. 솔로(미국)
= 경제성장론에 공헌

▲ 1986년: 제임스 M. 뷰캐넌 주니어(미국)
= 경제에서 정부 역할의 제한 주장

▲ 1985년: 프랑코 모딜리아니(미국)
= 가계저축과 금융시장 분석

▲ 1984년: 리처드 스톤(영국)
= 국민소득 회계체계 개발

▲ 1983년: 제라르 드브뢰(미국)
= 수요와 공급 이론의 수학적 증명

▲ 1982년: 조지 J. 스티글러(미국)
= 정부 통제의 경제적 효과 연구

▲ 1981년: 제임스 토빈(미국)
= 경험적 거시경제 이론

▲ 1980년: 로런스 R. 클라인(미국)
= 경기변동에 대한 경험적 모형의 개발과 분석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