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창건일 넘긴 김정은 다음 행보는…‘80일 전투’

입력 2020-10-13 05:00
북한이 10일 당창건 75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 대선 결과에 촉각을 세운 채 경제성과 만들기에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경제 실패를 자인하며 체면을 구긴 만큼 내년 1월 8차 당 대회 때 선전할 성과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미 대선 및 당 대회라는 대형 이벤트를 앞둔 김 위원장이 남측과의 대화·협력 재개에 당장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10일 당창건 75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13일 “김 위원장이 당 창건 75주년에 이렇다 할 경제성과를 내놓지 못한 만큼 내년 1월 열릴 8차 당 대회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며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나 나올 법한 ‘80일 전투’를 꺼내든 것도 그만큼 김 위원장이 급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주재한 제7기 제19차 당 정치국 회의에서 80일 전투를 벌이기로 전격 결정했다. 올해 경제성과를 소개할 내년 1월 8차 당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경제 재건에 총력전을 펼치자는 것이다.


최근 ‘삼중고’(대북 제제·코로나19·자연재해)로 북한의 경제난은 더욱 가중되는 상황이다. 장기화된 대북 제재와 코로나19에 따른 북·중 국경 폐쇄로 가뜩이나 어려운데, 홍수 및 태풍 피해까지 발생한 것이다. 태풍이 북한 전역을 연달아 할퀴고 지나가면서 여의도 200배가 넘는 농경지가 물에 잠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지난 10일 열병식 연설문의 4분의1가량을 주민들에 대한 미안함을 전하는 데 할애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피치 등 국제 신용평과 기관들은 일찌감치 북한 경제가 올해 역성장 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김 위원장은 80일 전투 기간 동안 평양종합병원 완공을 최우선적으로 독려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모든 분야에서 경제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평양종합병원 같은 상징성 있는 사업을 한두 개 선정해 완공 등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초 김 위원장은 당 창건일까지 평양종합병원 공사를 끝낼 것을 지시했었다. 다만 한 대북 소식통은 “당 대회 전까지 병원 건설은 가능해도 그 안에 들어갈 의료기기를 마련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열병식 연설에서 남북 대화·협력 재개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당장은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 실장은 “현재 김 위원장은 내치에 치중하면서 미 대선 결과를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가 종식될 기미도 없는 만큼 이른 시일 내 김 위원장이 남측과의 대화·협력에 나설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열병식 연설에서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낸다”면서도 “하루빨리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김 위원장 언급에 대해 “지난 3월과 9월 남북 정상 간 주고받은 친서에 나온 표현과 비슷하다”며 “너무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도 “북한은 지난해부터 ‘통미봉남’ 기조를 확실히 하고 있다”며 “남북 간 협력 재개는 미 대선이 끝난 뒤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때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