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연금 체납사업장 10만곳, 1조3204억…앞으로가 더 문제

입력 2020-10-13 05:00
국민연금공단 한 지역본부의 입구가 닫혀있는 모습. 뉴시스

A기업은 2016년부터 54개월 동안 1억9350만원 국민연금 보험료를 체납했다. 일본 기업과 계약 성사가 지연된다며 보험료 납부를 차일피일 미룬 것이다. 계약금을 받으면 일부 내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못하자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형사 고발됐다.

B사는 투자금 입금이 지연된다며 직원의 체불 임금을 우선 지급한 후 밀린 보험료 1억9350만원을 내겠다고 했으나 이를 48개월째 지키지 않았다. C사 역시 사업 부진을 이유로 29개월 동안 보험료 6490만원을 갚지 않아 공단으로부터 고발됐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체납하는 사업장이 많아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연금공단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13개월 이상 장기체납 사업장 수가 지난해 말 기준 9만5000여곳에서 지난 7월 10만6000여곳으로 1만여곳 이상 늘었다고 13일 밝혔다. 체납 보험료도 1조1744억원에서 1조3204억원으로 12.4%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에 직접 타격을 받는 항공운송업종 사업체가 현재 연금 체납 상위 10곳 중 3곳을 차지했다. 이들 10곳의 체납액 553억원 중 326억원만 징수가 완료됐고 227억원은 여전히 징수되지 못한 상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연금 장기 체납 사업주에 대한 형사고발 사업’으로 지난해 체납 사례 119건(66억3400만원)을 고발했으나 징수액은 10억3500만원으로 15.6%에 그쳤다. 2016년 57건(25억1300만원)을 고발해 17.2%인 4억3100만원을 징수한 것과 비교해 고발 건은 늘고 징수율은 낮아졌다.

국민연금법은 체납 후 3년이 지난 이에게 징수할 권리를 소멸시키는 ‘소멸시효제도’를 둔다. 이에 2016년부터 지난 8월까지 사업체 7915곳의 보험료 214억5900만원이 징수되지 못하고 소멸했다. 이 같은 연금 결손액 피해는 고스란히 체납 사업장 종사자들에게로 이어진다. 보험료를 공제한 급여를 직원에게 지급했음에도 실제 보험료 납부는 안 된 상태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종사자들의 민원 신고는 1002건 접수됐다. 올해에도 지난 8월까지 137건 신고가 공단에 접수됐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 이종성 의원실 제공

이 의원은 “사업장의 연금 보험료 체납 장기화는 국민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본사회안전망 기능을 저해한다”며 “장기체납과 소멸시효제도 등으로 피해를 받는 근로자들의 피해를 줄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