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고용보험 가입자 34만명 늘었지만 절반 이상은 ‘세금 일자리’

입력 2020-10-12 17:18
코로나19 사태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모습. 연합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도 불구하고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작년 같은 달보다 34만명 가까이 급증했다. 다만 이 중 절반 이상은 대부분 연내에 계약이 끝나는 공공일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는 1412만8000명으로 작년 동월대비 33만7000명(2.4%) 증가했다. 고용보험 가입자는 지난해 50만명대 이상 증가 폭을 유지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5월에는 15만5000명까지 떨어졌다.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5월 저점을 찍은 이후 전반적으로 회복 추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영향을 받지 않은 지난 1월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폭은 37만여명이다. 지난달 고용지표만 보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듯하다. 하지만 늘어난 가입자 절반 이상이 공공일자리로 채워졌다. 실제 지난달 공공행정 분야 고용보험 가입자는 전년 동월보다 18만1000명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1월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코로나19극복희망일자리사업 등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세금을 투입해 만든 공공일자리의 계약 기간 2~3개월 안팎이 대부분이다.

민간 분야를 방치하고 공공일자리 의존도를 높이는 정책은 자칫 ‘땜질식 처방’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고용보험 취득자 65만2000명 중 56만명(85.8%)은 경력 취득자였고 9만2000명(14.2%)만 신규 취득자였다. 10~30대 고용보험 가입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7만2000명 감소했지만 50대와 60대는 각각 12만3000명, 23만2000명 늘었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신규 채용은 멈추고 중장년층 중심의 공공일자리만 대폭 늘어난 셈이다. 연말까지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사람인이 최근 197개 기업을 대상으로 ‘하반기 채용계획 변동성’을 조사한 결과 50.3%가 신규 채용을 미루거나 축소·취소했다고 답했다.

지난달 숙박·음식업의 고용보험 가입자는 1만3000명 줄었다. 2004년 1월(1만4000명) 이후 16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여파로 해석된다. 제조업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13개월 연속 고용보험 가입자 감소세를 지속했다.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1조1663억원으로 5개월 연속 1조원을 돌파했다. 누적 지급액은 8조9857억원이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