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미국과 유럽 경제가 휘청이는 사이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지만 중국 경제는 올해 말 코로나19 이전 정상 궤도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1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이 세계은행(WB)의 경제성장 전망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올해 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14조6000억달러 규모로 전 세계 GDP의 17.5%를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보다 1.1% 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점유율 상승폭은 3배 수준이라고 CNN은 전했다.
WB는 중국의 GDP가 올해 1.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세계 경제는 5.2%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래리 후 맥쿼리그룹 중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이 없었더라도 올해 중국의 GDP 점유율은 증가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중국의 회복세는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빠르고 이것이 중국의 영향력을 더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 중국과 EU 간 GDP 격차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의 최근 분석을 보면 미국은 내년쯤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복귀하고, EU는 이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CNN은 중국이 올해 유일하게 코로나19발 경기 침체를 피한 나라라고 평가했다. 그 배경으로 엄격한 통제 조치를 시행해 코로나19 국내 확산을 막은 점, 정부가 인프라 사업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한 점, 소비 촉진을 위해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한 점 등을 꼽았다.
소비 지출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도 중국 경제에는 청신호다. 이번 달 국경절 연휴에 관광과 소비 지출이 반등하면서 경기 회복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중국 문화관광부는 지난 1~8일 연휴 기간 중국 전역 관광지에 6억3700만명(연인원)의 관광객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관광 수입은 4665억6000만위안(약 80조원)으로 집계됐다. 관광객 수는 지난해 연휴 대비 79%, 관광 수입은 70% 수준이다.
중국은 이번주 3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분기에 사상 최악인 -6.8%까지 추락했다가 2분기에 3.2%로 반등했다. 기관들은 3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5%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과제도 적지 않다. WB가 중국 정부 자료를 이용해 추산한 결과 농촌 이주 노동자들의 2분기 월평균 소득은 1년 전보다 7%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건설, 제조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연소득 7350달러 이하의 저소득 가구는 심각한 수준의 소득 감소를 겪었다. 이는 중국의 소비 회복세가 고소득층에 치우쳤음을 시사한다고 CNN은 덧붙였다.
여기에 연휴가 끝나자마자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10명 넘게 나와 추가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칭다오시 위생건강위원회는 이날 오후 11시 기준 6명의 확진자와 6명의 무증상 감염자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상주 인구가 1000만명에 가까운 칭다오시는 5일 안에 전 주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핵산 검사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당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8월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한 이후 두 달 가까이 본토 확진자가 0명이라고 발표했었다. 중국은 코로나19 핵산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와도 증상이 없으면 확진자로 분류하지 않는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