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극우와 결합하는 美 큐어넌… 독일에만 지지자 20만명

입력 2020-10-12 16:34 수정 2020-10-12 17:35
백인우월주의자 시위대가 버지니아주 버지니아대학 앞에서 횃불을 들고 화학스프레이를 뿌리는 등 폭력시위에 나서고 있다. AP뉴시스

미국의 극우세력 ‘큐어넌(QAnon)’이 국제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큐어넌이 미국을 넘어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등지에서 현지 지지자들을 기반으로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에서는 최근 20개가 넘는 도시와 마을에서 “우리의 아이들을 구해주세요(Save Our Children)”라고 적힌 피켓을 든 큐어넌 지지자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NYT는 특히 독일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보도에 따르면 독일 내 큐어넌 지지자는 비영어권 국가로서는 최대 규모로, 그 숫자가 2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력을 키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에서 특히 전파가 수월했던 것은 이들이 극우 활동가들과 결합했기 때문이다. NYT는 “극우 세력과 결합한 큐어넌은 정부가 극우 네트워크를 축출하려고 애쓰는 상황에서 보다 불안정한 정치요소로 진화했다”고 진단했다.

큐어넌이 위협적인 점은 ‘백신반대주의자’ 등 팬데믹의 위협이 과장됐다고 생각하는 일반 시민들 틈에도 파고든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큐어넌이 주장하는 비상식적인 주장을 모두 믿지는 않더라도 일부 주장은 수용될 수 있도록 전략을 짜고 있다는 설명이다.

큐어넌 지지자들은 수도 베를린에서만 수만명 규모의 ‘방역 반대’ 시위를 조직하는 등 세력을 지속적으로 키우고 있다.

이들은 독일 내 나토(NATO)군 훈련을 두고 “메르켈 총리의 지배에서 독일인을 구원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움직임”이라며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등 반메르켈 운동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독일의 사회적 특성도 큐어넌의 팽창에 영향을 줬다.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라는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독일에서 나치를 선전하거나 혐오 발언을 하는 행위는 최대 징역 5년에 처해질 정도로 중범죄로 여겨진다. 하지만 혐오성 발언을 포함하지 않은 가짜뉴스나 음모론을 전파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큐어넌의 전파 매체로 지목돼온 일부 소셜미디어는 이들과 거리 두기에 나서고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지난 6일 큐어넌이 폭력을 선동한다는 이유를 들어 관련 계정을 전면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폭력적 내용이 없더라도 큐어넌을 표방하는 계정과 그룹, 게시글은 모두 삭제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