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조정된 12일 오전 1시. 서울 대학로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경모(56)씨에게 단골 대학생 손님이 건물에 들어서며 “사장님 축하드려요. 진짜 고생 많으셨겠네요”라며 위로를 건넸다. 2개월여 만에 문을 연 경씨는 전날 오후부터 가게에 나와 오랜만의 손님맞이에 구슬땀을 흘렸다. 경씨는 “간만에 영업을 시작하려니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았다”며 “사용하지 않은 1만원짜리 마이크 배터리 몇 개가 방전돼 새 것으로 갈아끼우고, 신곡 업데이트도 부지런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업재개에 마냥 들떠 있을 수는 없었다. 이미 임대료, 관리비, 전기세, 음악 저작권료를 통틀어 월 700만원씩 1400만원 이상의 피해를 본 상태기 때문이다. 지난 5월에 이뤄진 방역 당국의 1차 영업정지 명령 때는 전기세를 아끼려고 내부 환기장치를 방치했다가 곰팡이가 슬어 새로 도배하는 데만 370만원이 들어가기도 했다.
경씨는 새벽에 술 한잔 하고 취한 손님들조차 감염을 막기 위해 마이크 커버를 3~4개씩 껴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며 절로 한숨이 나왔다고 한다. 그는 “단골 손님들조차 방역 관리를 스스로 할 정도로 업계 이미지가 많이 나빠진 상태”라며 “앞으로 어떻게 회복해나갈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방역 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면서 집합금지 대상이던 노래방과 뷔페 업주들은 영업재개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영업정지 기간의 손해를 만회할 길이 열린 셈이지만 그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이미 ‘방역 사각지대’라는 낙인 때문에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질지 여부조차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 동작구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이모(44)씨는 지난달부터 영업손실을 채우기 위해 지게차 운전 부업을 뛰기 시작했다. 그는 14년간 공기업에서 근무하며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이어가다 지난해부터 업황이 좋다던 코인노래방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덮치면서 사업을 꾸려나가기 막막해졌다.
이씨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1차 영업중지에 이어 지난 8월부터 어제(11일)까지 이어진 영업중지 기간 운영하던 코인노래방 3곳에 매달 900만원 정도 손해가 났다”며 “영업중지 기간 코인노래방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단 1명도 나오지 않았는데도 방역 당국은 끝까지 코인노래방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고 답답해했다. 이어 “코인노래방도 이제는 예전 오락실에 있던 밀폐된 공간을 상상하면 안된다. 환기장치를 모두 갖추고 방역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으니 감염에 취약하다는 편견이 사라졌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폐업을 하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업주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신촌의 한 코인노래방 업주는 “보증금에서 밀린 월세를 깎다가 임대계약기간 때문에 폐업조차 하지 못하고 명도소송을 당할 처지”라며 “보증금마저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아 회생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뷔페 사정도 그다지 밝지 않았다. 서울 을지로의 한 대기업 근처에서 뷔페를 운영하는 박모(58)씨는 이날 오전 “대기업 재택근무도 풀린다고 하니 점심시간에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코로나 사태 이후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도시락 혼밥족이 많이 생겨나서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뷔페 관련 유통사의 한 관계자는 “방역 당국이 거리두기 조정을 예고했던 때부터 이미 뷔페 영업을 대비해 식자재를 주문해놓기는 했었다”며 “갑작스럽게 영업제한이 다시 시작될 경우엔 지난 5월처럼 식자재를 전량 폐기처분하는 일이 다시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