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1700m’ 초대형 예술전시장 된 논현동 가구거리

입력 2020-10-12 16:14
국내 예술가들이 실제 방호복을 캔버스 삼아 그린 작품들이 12일 초대형 거리미술전시회 '아트프라이즈 강남'이 열리고 있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가구거리'에 전시돼 있다. 오주환 기자

1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가구거리’ 한 증권사 대형 쇼윈도 너머로 붉은 매화가 그려진 화려한 방호복을 입은 마네킹이 눈길을 끌었다. 안쪽으로는 색동저고리를 접붙이거나 얼룩덜룩 형광물감을 칠하고, 큼지막한 붓글씨를 휘갈긴 방호복들이 전시돼 있었다. 국내 예술가 22명이 흰 방호복을 캔버스 삼아 그린 작품들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시대상을 반영하는 문화유산’이라는 해석이 덧붙었다.

서울 지하철 7호선 학동역~논현역 사이 논현동 가구거리와 매장 16곳이 초대형 거리예술전시관으로 변신했다. 왕복 1700m 가구거리를 따라 줄지은 가구점과 이곳의 쇼윈도들이 예술 전시공간이 된 것이다. 748명의 작가가 출품한 1625건의 작품 중, 선별된 100점이 전시됐다. 거리 곳곳에 해당 전시회 ‘아트프라이즈 강남’을 알리는 노란 깃발이 나부꼈다. 지난 9일 강남구 주최로 개막한 이 행사는 오는 18일 폐막한다.
방호복에 색동저고리를 접붙인 작품이 12일 초대형 거리미술전시회 '아트프라이즈 강남'이 열리고 있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가구거리'에 전시돼 있다. 오주환 기자

각 가구점에는 아트프라이즈 예술들이 판매 상품들과 조화를 이뤘다. 1650만원짜리 명품 가족 소파 위로 도시 풍광을 표현한 유화가 걸려 있는 식이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예술을 꼭 전시장이나 공연장에서만 접하는 대상이 아니라, 일상 가구점 쇼윈도 속에서 접하는 대상으로 바꾸고 싶었다”며 “일상 속에서 예술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류재현 아트프라이즈 강남 총감독은 “가는 곳마다 작품들이 주변 환경에 녹아들어 있어 관람객들이 전시회를 ‘숨은그림찾기’라고 평가한다”며 “작품 보러 왔다가 물건 사고, 물건 사러 왔다가 작품 보는 이 독특한 구조는 기존 코엑스같은 대형 전시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초대형 거리미술전시회 '아트프라이즈 강남' 출품작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가구거리' 한 가구점에 전시돼 있다. 오주환 기자

행사는 쇼윈도를 활용한 방역방식을 다수 선보였다. 건물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쇼윈도 밖에서 다양한 ‘방호복 예술’들을 볼 수 있게 만든 ‘방호복전’이 대표적이다. 지난 10일에는 밴드가 마치 마네킹처럼 쇼윈도 안에 들어가 길거리 관객을 보며 공연하는 ‘쇼윈도 콘서트’가 개최됐다.

작가들에겐 아트프라이즈 강남이 작품 경연장이다. 관람객들은 만 18세 이상 대한민국 거주자라면 누구나 작품 옆 QR코드를 통해 마음에 드는 작품을 투표할 수 있게 했다. 관람객 투표로 선정된 상위 10개 작품 중 전문가들이 5개 작품을 선정해 최우수작에 1000만원, 나머지 우수작에 500만원의 상금을 준다. 내년 ‘아트프라이즈 강남 쇼케이스’ 출전 기회도 부여한다. 한편 행사에 참여한 가구점들은 상품 홍보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초대형 거리미술전시회 '아트프라이즈 강남'이 열리고 있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가구거리'의 한 증권사 쇼윈도. 강남구 제공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