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이국적 정취 심어온 ‘워싱턴야자’가 사라진다

입력 2020-10-12 16:09 수정 2020-10-12 16:30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도로변을 지키고 있는 야자수. 한국관광공사 제공.

공항 입구와 유명 관광지, 해수욕장 등 제주 곳곳에 심어져 이국적 풍경을 연출해온 워싱턴야자 가로수가 사라질 전망이다.

고령화로 강풍 때마다 상단 가지가 부러지며 도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면서 제주시가 수종 교체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제주 제주시는 최근 워싱턴야자 수종갱신위원회를 열어 제주시지역 가로수로 심어진 워싱턴야자 가로수종 교체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나무 관리 상태가 양호한 공항로와 함덕해수욕장 및 읍지역 식재 분은 유지하고, 동지역 야자 가로수를 우선 교체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이 같은 내용을 제주도 도시림 조성·관리심의위원회에 상정해 통과되면 내년부터 사업비를 반영해 수종을 단계적으로 갱신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워싱턴야자 가로수는 1980~1990년대 도시개발과정에서 제주에 휴양지 이미지를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식재됐다.

그러나 식재 후 40년이 가까워지면서 8~10m 높이로 성장한 야자 가로수는 태풍 등 강풍이 불 때마다 가지가 떨어져 인근을 지나는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길게 자란 나뭇가지가 고압선로에 얽히거나 넘어지며 정전을 일으키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2017년에는 제주시와 한국전력 제주본부가 정전 방지를 위해 일부 구간의 야자수 40그루를 뽑아 먼나무로 교체하는 일도 있었다.

현재 제주시 지역에는 총 20개 노선에 1165그루(동지역 933그루, 읍면 232그루)가 남아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워싱턴야자 수종 교체 안이 도 심의위를 통과하면 제주 여건에 맞는 가로수 수종을 선정해 단계적으로 교체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가로수를 연속해 10그루 이상 교체하거나 100m 이상 구간에 신규 식재할 경우 제주도 도시림 조성·관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