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 주미대사는 11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유엔총회 화상 연설 등에서 제안한 종전선언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공감하고 있어 북한의 동의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수혁 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화상으로 이날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 정부의 시각을 설명했다.
이 대사는 국회 외통위 소속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 정부가 공감하고 있냐”는 질문을 던지자 “맞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그러면서 “미국 고위 관리를 접촉한 결과, 북한만 동의한다면 미국은 아무런 이견이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또 “종전선언은 비핵화로 가겠다는 선언을 사실상 하는 것”이라며 “비핵화 프로세스의 문을 여는 정치적 합의를 남·북·미 또는 (남·북·미) 중국이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사는 이어 “종전선언은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고 폐기하는 것과도 성격이 다르다”면서 “종전선언은 법률적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유엔사가 해체되는 것도 아니며 항구적 평화를 이루자는 정치적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대사는 “평화 프로세스로, 비핵화로 가는 길이라면 어찌 주저하겠냐는 것을 북한에 설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는 “종전선언이 이뤄지도록 최대한 북한을 설득하고 수용할 수 있는 국제적 환경과 남북 관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미국은 이미 공감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을 설득하는 문제가 아니라 북한의 입장을 중요하게 유도하는 노력들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입장에 대해 “북한은 비핵화부터 시작해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전략적 결정을 내리기를 주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 국내 정치일 수도 있고, 국제 정치 상황, 미국의 선거 정국도 보고 있어 검토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지난 10일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미국이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인 데 대해 이 대사는 “미국 정부 고위 인사로부터 들은 얘기는 미 정부도 발언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애를 썼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형 ICBM 공개는) 북한이 힘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그 무기가 언젠가는 폐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국감은 코로나19로 인해 화상을 진행됐다. 이 대사는 미국 워싱턴의 주미대사관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답했다. 해외 공관과의 화상 국감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