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장 ‘오보청’ ‘구라청’ 질타에 “예측이 어려워서…”

입력 2020-10-12 14:11 수정 2020-10-12 14:39
김종석 기상청장이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기상청 및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국회에서 열린 기상청 국정감사에선 올 여름 기상 예측을 실패한 청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기상청 체육대회 날에 비가 온다는 농담 섞인 발언부터 기상청장은 거취를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오보청’ ‘구라청’이라는 조롱 섞인 별명까지 거론됐다. 김종석 기상청장은 날씨 예보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인정하며 개선된 예보체계를 내놓겠다고 했다.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기상청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은 “올해는 폭염·장마 예측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해외 기상 자료를 찾는 ‘기상망명족’이 늘었다”며 “기상청은 해외보다 정확도가 높다고 하지만, 국민이 느끼는 것과는 괴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수진 의원은 “기상청은 올해 6, 7월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다고 예보했으나 실제 강수량과는 많이 차이가 났다”며 “기상청의 장기예보가 완전히 빗나간 점을 인정하느냐”고 물었다. 김 청장은 “지난 5월 22일 (여름철)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다고 발표했으나 6월 말 대기 상층에 공기가 정체하면서 수정 예보를 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의 예측 실패를 비꼬는 의원들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김 청장에게 “구라청, 오보청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아느냐”며 “기상청 체육대회를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김 청장이 “하지 않는다”고 답하자 노 의원은 “1994년 기상청 체육대회 때 비가 왔다. 이걸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올해 여름 폭염을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폭우가 왔다. 기상청 오보로 인한 각종 피해를 추산해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김 청장은 “못했다. 조사하겠다”고 답변했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지난 기상청 국감에서 나온 모든 내용이 오늘 또 다시 나왔다”며 “이러니 기상청과 관련해서 ‘없애라’ ‘못 맞힌다’ ‘필요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지금의 기상청장이 있으면서 변화와 혁신, 개혁을 바라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며 “김 청장은 거취를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청장은 이와 관련해 “여름철 장기예보와 일부 지역의 국지성 집중호우에 대한 예측은 국민의 기대에 비해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기상청은 지난 5월 발표한 여름철(6∼8월) 전망에서 올여름 무더위의 절정은 7월 말에서 8월 중순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기간 무더위가 아니라 기록적인 장마가 이어졌다.

김 청장은 “5월 발표된 3개월 전망에서 7월 강수량과 기온 전망이 일부 빗나가 지적이 있었다”며 “기후예측 모델을 인공지능(AI)과 접목해 개선하고 산하 기관별 전문성에 따라 체계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외 기후 전문가의 검토 결과를 관계기관, 언론과 소통해 신뢰도를 높이겠다”며 “향후 개선된 기후예측 모델은 2021년 11월까지 도입·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청장은 올해 여름 기록적인 장마와 집중호우로 국민 재산과 생명에 피해가 발생한 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러면서 “지역별 강수량의 편차가 크고 국지적·돌발적 현상이 잦아져 예측에 어려움 있다. 집중관측을 확대하고 관측 자료를 수치 모델 입력자료로 활용해 예측성을 높이는 것과 함께 시공간 통합수치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했다.

지난 8월 11일 인천시 중구 을왕동 한 골목이 집중호우로 침수돼 있다. 연합뉴스

김 청장은 “기상 예측에 있어 아직 극복해야 할 과학적·기술적 한계가 분명히 있다”며 “하지만 기상재해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기상청이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되새겨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