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고(故) 구하라의 생전 자택에 누군가 침입해 개인 금고를 훔쳐가는 CCTV 영상이 12일 공개됐다. 구하라의 오빠 호인씨는 절도범이 현관문의 이전 비밀번호를 알고 있던 점으로 미뤄 “면식범이 한 짓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예매체 디스패치는 이날 구하라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집에 설치된 CCTV 영상 중 일부를 공개했다. 첫 번째 영상은 지난 1월 14일 0시15분에 촬영됐다. 이날은 갑작스러운 비보 이후 동생의 집에 머물던 호인씨가 본가로 돌아간 바로 다음 날이다. 호인씨는 1월 11일에 있던 구하라의 49재를 끝내고 이틀 뒤인 1월 13일 떠났다.
첫 번째 영상에는 한 남성이 구하라의 담을 넘어 1층 외벽을 따라 걷다가 CCTV가 보이자 나뭇잎으로 렌즈를 가리는 모습이 담겼다. 두 번째 영상은 15분쯤 뒤인 1월 14일 0시30분에 촬영됐다. 이 영상은 마당 CCTV에 찍힌 것으로, 현관문 앞에서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는 남성의 모습이 포착됐다. 어두운 탓에 인상착의 구별이 어려웠던 터라 외벽 CCTV에 찍힌 남성과 마당 CCTV에 찍힌 남성이 같은 인물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영상 분석 전문가는 “두 남성이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구하라와 함께 살던 고향 동생 A씨는 “지난 4월에야 금고가 없어진 것을 알았다”며 “언니가 숨진 뒤 비밀번호를 바꿨고, 그 번호는 저와 호인 오빠만 안다. 절도범은 이전 비밀번호를 누른 것 같다”고 말했다. 현관문이 열리지 않자 남성은 다른 방법으로 집안에 침입했다. 베란다를 통해 연결문까지 간 뒤 다용도실로 들어갔고, 다시 연결문을 거쳐 옷방으로 진입했다. 이후 정확히 금고의 위치를 찾아 금고만 훔쳐 갔다.
호인씨는 “집안 구조를 잘 아는 사람”이라며 “처음 오는 사람은 평소 연결문을 잠그지 않는다는 사실까지 절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A씨도 “자주 왔다 갔다 하니까 옷방 문을 잠그지 않았다. ‘세콤’도 끄고 다녔는데 이런 습관을 아는 사람의 짓”이라고 했다.
호인씨와 A씨는 공범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범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은 소실됐지만, A씨는 “대문 근처 담벼락에 1명이 서성거렸다”며 “옆집 주차장에 SUV가 세워져 있다가 오전 5시 정도에 사라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호인씨와 A씨는 지난 3월 경찰을 찾았지만 소득이 없었다고 한다. 주변 CCTV는 이미 지워졌고, 인근에 주차돼 있던 차량 블랙박스에도 남아있는 영상이 없었다. 호인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에스의 노종원 변호사는 “용의자가 특정되지 않아 사건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금고에 뭐가 들었는지도 알지 못한다”며 “제보자들의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OSEN에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