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역당국, 생수공장 옆에 ASF 감염 돼지 파묻었다

입력 2020-10-12 14:01 수정 2020-10-12 14:01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감염된 돼지를 생수제조공장 바로 옆에 파묻은 사실이 국민일보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ASF 감염 개체를 포함한 4700마리의 돼지가 생수업체에서 직선거리 500m 이내에 파묻혔다. 깨끗함이 생명인 생수제조공장이 오염 지대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다. 이곳을 포함해 3곳의 생수제조공장이 살처분 돼지 매몰지 인근에 위치해 있다.

침출수가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했다지만 100%를 자신할 수 없다. 지난해 핏물을 포함한 침출수가 흘러나온 전례가 있다. 먹는물의 경우 ASF 바이러스 유입 여부 검사를 별도로 하지 않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매몰지 선정 방식의 허점이 국민이 마시는 생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줬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생수업체 3곳 매몰지 인근…한 곳은 바로 옆
국민일보가 12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ASF 관련 매몰지는 지난해 기준 104곳에 달한다. ASF 확진 농장 14곳과 예방적 살처분 대상 농장에서 나온 돼지를 경기·강원도 곳곳에 묻었다. 산재해 있는 매몰지를 환경부에서 허가한 생수업체 61곳과 대비해 봤다. 그 결과 경기도에 위치한 3곳의 생수업체가 매몰지와 인접해 있었다. 면 단위까지 일치하는 지역만 분류한 결과다.

특히 경기 연천 백학면에 위치한 A생수업체는 지난해 2차 감염 사례가 나온 돼지농장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지도 상 거리를 보면 500m가 채 되지 않는다. 현행 SOP 상 살처분 대상 돼지는 농장 부지에 매몰하도록 규정한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발표를 토대로 하면 이 곳에만 4700마리가 묻혔다. 이 지역을 포함해 A생수업체 주변에 모두 8528마리가 묻힌 것으로 파악된다. 구제역 발생 지역과 대비된다. 권 의원실에 따르면 2016~2019년 구제역 관련 매몰지 33곳 중 생수업체 주변에 위치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ASF 확진농장 옆 생수업체…전국 3번째로 취수량 많아
문제는 A생수업체가 작은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A생수업체는 하루에 2564t의 물을 취수한다. 일일 기준 전국 61곳의 생수업체 중 3번째로 많은 생수를 생산한다. 침출수가 흘러나올 경우 다수의 국민이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다.

매몰 전 소독 작업과 침출수 방지 조치를 하지만 위협이 없다고 단언하기 힘들다. 지난해 11월 경기 연천군에서 ASF 돼지 매몰지의 침출수가 임진강으로 흘러들어간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이낙연 총리가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경기 연천 백학면 발생농장의 경우 매몰 직후 공교롭게도 태풍 타파가 불어닥쳤다. 토양정화업계 관계자는 “비가 오면 토양·지하수 오염이 보다 빨리 퍼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생수 공정 과정에서 ASF 바이러스를 걸러내기도 힘들다. 환경부 소관인 ‘먹는 물 관리법’에 따르면 ASF·구제역 등 축산 바이러스는 검사 대상이 아니다. 침출수가 유입된 상태에서 공정을 했더라도 생수 출하에 문제가 없다. 다만 A생수업체 관계자는 “취수원이 1.5㎞ 떨어진 곳이고 품질 관리를 철저히 하기 때문에 침출수가 유입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현행 SOP, 매몰지 인근에 생수업체 있어도 문제없어
SOP의 허점이 불러 온 폐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SOP를 보면 확진 또는 예방적 살처분의 경우 농장 부지에 묻도록 규정한다. 인근에 생수업체가 있을 경우 거리를 둬야한다는 규정은 없다. 권성동 의원은 “매몰지 선정 시 생수업체와의 거리를 필수적으로 고려하고 생수 공정에 ASF·구제역 등 바이러스 검사를 의무화하는 등의 입법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신준섭 최재필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