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3800만 유로)에서 우승하며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통산 20회 우승을 달성한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에게 나머지 ‘빅3’들도 대립 구도를 내려놓고 진정성 있는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나달은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끝난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를 3대 0(6-0 6-2 7-5)으로 완파했다. 나달의 이 대회 4연속, 13번째 우승이자 로저 페더러(4위·스위스)와 메이저 대회 최다 우승 기록에서 동률을 달성한 결과였다.
나달은 경기 뒤 ‘빅3’ 간 경쟁보다는 우승 그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물론 메이저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은퇴하면 좋을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한편으로는 페더러나 조코비치도 우승할 테니 내 방식대로만 하자는 생각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웃이 나보다 더 큰 집을 사거나, 더 좋은 배, 더 좋은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고 해서 늘 불행해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서브 에이스로 마지막 포인트를 장식한 뒤 코트에 주저앉아 환호한 나달은 “물론 기록이나 스포츠 역사의 측면도 있겠지만 페더러의 기록과 동률이 됐다고 해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며 “프랑스오픈에서 또 우승했다는 자체로 기쁘다”는 소감도 전했다.
조코비치도 나달의 완벽한 플레이에 박수를 보냈다. 그는 “나달이 이룬 업적에 경의를 표한다”며 “오늘 그는 엄청났고 특히 1, 2세트는 거의 완벽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오늘 나달은 왜 자신이 클레이 코트의 황제인지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무릎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불참한 페더러도 축하 대열에 동참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달은 오랜 기간 나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존재로 인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었다”며 “우리 모두에게 20번째 우승은 앞으로 나가는 하나의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 나달은 메이저 20승의 자격이 충분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나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신음하고 있는 전 세계를 향한 메시지도 보냈다. 그는 “지금 세계는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운 시기”라며 “모두 다 함께 긍정적으로 지내며 바이러스와 싸워나가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