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 관련 업무를 하는 공무원이 어촌계장을 시켜 지역 관할 수산과 지인 등에게 약 380만원어치 새우젓을 선물한 건 뇌물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직접 금품이 오가지 않았어도 공무원이 자신의 명의로 직무관련자들에게 선물이 전달되는 것을 알았다면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각각 뇌물공여,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경기도 김포시의 어촌계장이었던 A씨는 2013년 조업분쟁 과정에서 편의를 봐달라며 공무원 B씨가 요구한 329명에게 384만원 상당의 새우젓을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로부터 도의회 의원, 관계부처 공무원 등 직무관련자의 명단을 제공받아 B씨의 이름으로 선물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1심은 “B씨도 자신 명의로 새우젓을 발송하는 사실을 알았다고 보이고 명단 작성에 관여했다”며 “선물을 받은 사람들이 B씨와 무관하지 않아 새우젓을 발송한 것은 뇌물로 인정된다”며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B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B씨의 혐의 중 뇌물 관련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회통념상 329명이 새우젓을 받은 것을 B씨가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는 B씨가 지정한 사람들에게 배송업무를 대신해줬을 뿐이고 새우젓을 받은 사람들은 보낸 사람을 A씨가 아닌 B씨로 인식했다”며 “새우젓 제공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존재하고 제공 방법에 B씨가 양해했다고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의 새우젓 출연에 의한 B씨의 영득의사가 실현돼 뇌물공여죄 및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