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바지의 마법’ 통했다… 김세영 첫 메이저퀸 등극

입력 2020-10-12 08:38 수정 2020-10-12 08:56
김세영이 12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 스퀘어 애러니밍크골프클럽에서 2020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세영(27)이 2020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투어 데뷔 5년 만에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를 정복하고 통산 11승을 달성했다. 이번에도 ‘빨간 바지의 마법’이 통했다.

김세영은 12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 스퀘어 애러니밍크골프클럽(파70·6577야드)에서 열린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쓸어 담고 7언더파 63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4언더파 266타로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을 지켜 우승 상금 64만5000달러(약 7억4300만원)를 손에 넣었다.

김세영은 지난해 11월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 이후 11개월 만에 투어 통산 11승을 달성했다. 2015년 LPGA 투어로 진출한 뒤 번번이 놓쳤던 메이저 트로피를 마침내 손에 넣었다. 김세영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투어 13개 대회 가운데 4승을 합작했고, 지난달 ANA 인스피레이션을 정복한 이미림에 이어 메이저 2연승을 질주했다.

김세영은 이날 빨간 바지를 입고 필드로 나왔다. 그동안 최종 라운드에서 빨간 바지를 입고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을 수성하거나 기존의 선두를 추월한 역전 우승을 일군 적이 많았던 김세영이다. 바지의 색상만큼 인상적인 뒷심으로 ‘빨간 바지의 마법사’라는 별명을 얻었고,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퀸’에 오른 이날 ‘노보기 버디쇼’를 펼치며 또 한 번 마법을 발휘했다.

김세영의 마지막 추격자는 2타차 공동 2위로 4라운드를 출발한 브룩 헨더슨(캐나다),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가 아닌 바로 앞 조에서 경기한 박인비였다. 박인비는 김세영처럼 보기 없이 버디를 사냥하며 추격했고, 12번 홀(파4)에서는 4m짜리 버디 퍼트를 잡고 간격을 2타로 좁혔다.

하지만 김세영은 13번(파4)·14번(파3) 홀 연속 버디로 간격을 다시 벌린 뒤 16번(파5)·17번(파3) 홀에서 다시 연속 버디를 잡고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김세영은 “1998년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우승을 보고 나도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며 “이번에는 침착하게 집중했다. 외부 요소에 흔들리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박인비는 최종 합계 9언더파 271타를 쓰고 순위를 2계단 끌어올려 준우승했다. 박인비는 경기를 마친 뒤 “김세영이 넘볼 수 없을 만큼 잘했다. 메이저 대회 우승자다운 경기를 펼쳤다”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김세영은 “좋아하는 선수이자 언니와 대결 구도로 경기했다는 것이 영광스럽다”고 화답했다.

김세영과 박인비의 ‘2파전’에서 밀려난 노르드크비스트는 최종 합계 4언더파로 5위, 헨더슨은 3언더파로 6위에 올랐다. 언더파 스코어를 쓴 선수가 8명뿐인 이 대회에서 박성현은 최종 합계 2오버파 282타를 기록하고 단독 17위로 마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