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신’의 포효…프랑스오픈 13회·메이저 20회 우승 ‘기염’

입력 2020-10-12 05:00
우승컵을 품에 안고 손을 번쩍 든 나달의 모습. EPA연합뉴스

역시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은 클레이코트의 ‘신’이었다.

나달이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를 누르고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3800만 유로) 통산 100번째 승리와 1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메이저대회 남자 단식 통산 20승을 기록한 나달은 이 부문 최다 기록을 갖고 있는 로저 페더러(4위·스위스)와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나달은 1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끝난 대회 마지막날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2시간42분의 접전 끝에 조코비치를 3대 0(6-0 6-2 7-5)으로 완벽히 제압했다. 이번 대회 7경기 모두를 ‘무실세트’로 잡아내며 우승을 차지한 것.

이날 승리로 나달은 이 대회 13회 우승과 4연패를 달성했고, 통산 20번째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을 차지하며 페더러의 기록을 따라잡았다. 여기에 프랑스오픈에서만 통산 100승(2패) 째를 채우는 범접할 수 없는 기록도 세웠다. 대회별로 보면 나달은 프랑스오픈 외에 US오픈 4회, 윔블던 2회, 호주오픈 1회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페더러는 윔블던 8회, 호주오픈 6회, US오픈 5회, 프랑스오픈에선 단 1회만 우승해 20회 우승을 구성하는 대회의 비율이 상반된다.

프랑스오픈에서 나달이 기록한 2패 중 1패를 안긴(2015년 8강) 주인공인 조코비치는 올 시즌 열린 38번의 경기 중 실격패 1번을 제외하곤 모두 승리하는 등 물 오른 컨디션을 보여 기대를 모았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18번째 메이저 우승을 차지해 페더러-나달과의 우승 격차를 좁힐 수도 있었다. 하지만 클레이 코트에서 선보인 나달의 완벽한 플레이를 결국 극복해내지 못했다.

우승을 차지한 뒤 미소짓는 나달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경기에서 나달은 2세트까지 완벽한 ‘흙신’의 모습을 클레이 코트 위에서 유감없이 보여줬다. 2세트까지 언포스드 에러(자기 자신으로 인한 실수)를 단 6개 밖에 기록하지 않았을 정도, 여기에 빠른 발과 넘치는 체력으로 코트 구석구석을 누비며 조코비치가 파고들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반면 조코비치는 2세트까지 언포스드 에러 30개를 남발하며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조코비치는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조코비치는 3세트 2-2 상황에서 자신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당하며 완전히 승기를 내주는 듯 했지만, 곧바로 나달의 서브 게임을 빼앗아오며 경기 중 처음으로 포효했다. 빨리 게임을 마무리 지으려는 나달의 조바심을 조코비치가 파고든 모습이었다.

나달은 곧 집중력을 찾았다. 조코비치의 강력한 공격을 모두 받아낸 뒤 다양한 구질의 공격을 시도해 컨디션을 찾은 조코비치와 공방전을 이어갔다. 그리고 3세트 5-5에서 맞은 조코비치 서브게임. 나달은 40-30으로 앞서 나간 상황에서 조코비치가 아슬아슬한 더블폴트를 기록하며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나달에게 향했다.

나달은 이어진 자신의 서브게임까지 ‘러브게임’으로 완벽하게 지켜내면서 결국 자신의 프랑스오픈 통산 13번째 우승을 단 한 세트도 허용하지 않은 채 달성했다. 마지막 포인트를 올린 나달은 클레이 코트의 주인은 자신이라고 주장하듯 바로 코트 위에 주저앉으며 관중석을 향해 크게 포효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