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울산 남구 삼산동에 차려진 주상복합 아파트 화재 피해 주민 임시 숙소 한쪽 벽면에는 주민들이 쓴 감자편지가 빼곡히 붙었다.
주민들이 화재 당시 불과 사투를 벌이며 구조해 준 소방관과 도움을 준 경찰관 등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40여통에 달하는 편지를 쓴 것이다.
해당 아파트에서 야간에 대형화재가 발생했으나 주민들의 침착한 대응과 소방당국의 구조활동 덕분에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주민들은 이날 오전부터 임시 숙소에 마련된 탁자에 앉아 손편지에 마음을 담았다.
어린이들도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 내려갔다. 한 어린이는 “동생과 저를 무사히 구출해줘서 감사하다. 제 동생 무사하게 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또 다른 어린이도 “불이 나기 전에 미리 저희를 구해줘서 감사하다. 덕분에 엄마, 아빠를 다시 볼 수 있게 됐다”고 적었다.
아직 글이 서툰 어린아이들은 그림을 그려 마음을 전했다. 5살 난 한 아이는 “우리 집에 불이 났어요. 소방차가 왔어요. 소방관 아저씨 주려고요”라며 붉은 색연필을 들어 건물 모양을 그렸다.
벽에 붙은 한 메모지에는 “한 손에 큰아이, 다른 한 손에 두돌도 되지 않는 아이를 안고 계단을 내려가다가 수호신처럼 소방관이 나타나 주셨다”며 “‘안심하십시오. 괜찮습니다’하는 말에 감사 인사도 못 드렸다”고 썼다.
또 다른 주민은 “소방관을 만났을 때 ‘살았구나' 생각했다”며 “돌이 안된 아이도 있었는데 소방관이 아이부터 안고 뛰어 내려가 주셔서 무사했다”고 적었다.
지원해준 경찰관과 공무원에게 감사하다는 글도 적지 않았다.
한 주민은 “어떻게든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며 “손편지를 모아서 소방서와 경찰서에 전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밤 남구 달동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93명이 연기 흡입 등 경상을 입었고, 77명이 구조됐다.
현재 피해 주민 400명가량이 임시숙소 곳곳에서 거처하고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