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엄마·아빠 다시 만났어요” 울산 영웅들 향한 손편지

입력 2020-10-11 23:08 수정 2020-10-11 23:17
11일 울산 남구 삼산동에 차려진 주상복합 아파트 화재 피해 주민 임시 숙소 한쪽에 소방관에게 감사를 전하는 손편지가 붙어있다. 연합

11일 울산 남구 삼산동에 차려진 주상복합 아파트 화재 피해 주민 임시 숙소 한쪽 벽면에는 주민들이 쓴 감자편지가 빼곡히 붙었다.

주민들이 화재 당시 불과 사투를 벌이며 구조해 준 소방관과 도움을 준 경찰관 등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40여통에 달하는 편지를 쓴 것이다.

해당 아파트에서 야간에 대형화재가 발생했으나 주민들의 침착한 대응과 소방당국의 구조활동 덕분에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주민들은 이날 오전부터 임시 숙소에 마련된 탁자에 앉아 손편지에 마음을 담았다.

어린이들도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 내려갔다. 한 어린이는 “동생과 저를 무사히 구출해줘서 감사하다. 제 동생 무사하게 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또 다른 어린이도 “불이 나기 전에 미리 저희를 구해줘서 감사하다. 덕분에 엄마, 아빠를 다시 볼 수 있게 됐다”고 적었다.

아직 글이 서툰 어린아이들은 그림을 그려 마음을 전했다. 5살 난 한 아이는 “우리 집에 불이 났어요. 소방차가 왔어요. 소방관 아저씨 주려고요”라며 붉은 색연필을 들어 건물 모양을 그렸다.

11일 울산 남구 삼산동에 차려진 주상복합 아파트 화재 피해 주민 임시 숙소에서 한 아이가 소방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연합

벽에 붙은 한 메모지에는 “한 손에 큰아이, 다른 한 손에 두돌도 되지 않는 아이를 안고 계단을 내려가다가 수호신처럼 소방관이 나타나 주셨다”며 “‘안심하십시오. 괜찮습니다’하는 말에 감사 인사도 못 드렸다”고 썼다.

또 다른 주민은 “소방관을 만났을 때 ‘살았구나' 생각했다”며 “돌이 안된 아이도 있었는데 소방관이 아이부터 안고 뛰어 내려가 주셔서 무사했다”고 적었다.

지원해준 경찰관과 공무원에게 감사하다는 글도 적지 않았다.

한 주민은 “어떻게든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며 “손편지를 모아서 소방서와 경찰서에 전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밤 남구 달동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93명이 연기 흡입 등 경상을 입었고, 77명이 구조됐다.

현재 피해 주민 400명가량이 임시숙소 곳곳에서 거처하고 있다.
11일 울산 남구 삼산동에 차려진 주상복합 아파트 화재 피해 주민 임시 숙소 한쪽에 소방관에게 감사를 전하는 손편지가 붙어있다. 연합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