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엄정화, “계속 노래하겠다”던 디바의 눈물

입력 2020-10-11 18:05 수정 2020-10-11 18:18
MBC '놀면 뭐하니'

“아주 힘들더라고요. 노래를 못하게 되니까 너무 노래가 하고 싶더라고요….”

MBC ‘놀면 뭐하니’에서 그룹 ‘환불원정대’의 ‘만옥’으로 활약하고 있는 가수 엄정화는 지난 10일 방송에서 이렇게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10년 전 갑상선 암 수술을 받은 뒤 성대를 다쳐 한동안 노래를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정신병에 걸릴 것 같았다. 인생의 끝이라고 생각했다”며 그간의 힘겨웠던 심경을 털어놨다.

이날 방송에는 엄정화의 보컬 연습을 돕기 위해 노영주 코치가 출연했다. 엄정화는 현재 상태를 묻는 노 코치의 질문에 “수술 후 왼쪽 성대의 신경이 마비됐다”며 “성대가 붙지 않고 여전히 벌어져 있어서 공기가 새니까 목소리가 잘 안 나온다”고 했다. “참 힘들더라고요”라고 말하던 그는 마음고생이 심했던 듯 눈물을 쏟아냈다. 보컬 연습에 들어가고 나서도 “내 목소리를 내가 듣기 싫으니까 목소리가 작아진다” 또는 “목소리 너무 듣기 싫죠?”라고 말하며 불안한 기색을 드러냈다.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등 초조한 모습도 보였다.

노 코치는 그런 엄정화를 위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노 코치가 “굉장히 잘 따라오고 있다”며 다독이자 미소를 보이던 엄정화는 이내 안정적인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가장 좋아했던 음역대지만 수술 후 할 수 없었던 ‘파’ ‘솔’ ‘라’가 제대로 나오자 엄정화는 끝내 주저앉았다. 한참 후에야 울음을 그친 그는 “너무 부끄럽다. 제가 방법을 안 찾아봤던 것 같다”며 “목소리가 안 나온다는 것에만 너무 집중해서 못한다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엄정화는 2010년 5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 그해 봄, 종합건강검진 과정에서 갑상선 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그의 투병 사실은 최측근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언론에도 뒤늦게 알려졌다. 엄정화는 수술 4개월 만에 ‘슈퍼스타K2’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가수로서 큰 시련이었던 그 시기를 묵묵히 견뎠다.

그리고 약 6년 뒤. 그는 정규 10집 앨범 ‘더 클라우드 드림 오브 더 나인(The Cloud Dream of the Nine)’ 파트1으로 돌아왔다. 타이틀 곡은 ‘드리머(Dreamer)’와 ‘워치 미 무브(Watch Me Move)’. 수술 전 공백기까지 합치면 무려 8년 만의 복귀였다. 그는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그제야 자세한 사정을 고백했다. “왼쪽 성대가 마비돼 8개월간 말을 못 했어요.” 엄정화는 재활 치료와 발성 연습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받았다고 했다.

그의 끈질긴 노력은 환불원정대 활동에서 빛을 발했다. 환불원정대의 신곡 녹음 날, 연습 때처럼 나오지 않는 목소리에 무너지는 듯했지만 깜짝 방문한 노 코치와 함께 목풀기부터 다시 연습하며 녹음에 집중했다. 그는 결국 프로듀서의 요구까지 완벽히 소화하며 녹음을 끝냈다. 이를 지켜보던 이효리는 엄정화의 파트를 인용해 “진짜 보여줘버렸네 언니. 보란듯이 해서”라고 말했다.

28년간 무대를 누빈 디바는 공개적으로 보컬 트레이닝을 받으면서도 부끄러운 기색이 없었다. 외려 당당했고, 최선을 다했다. 이를 먼저 제안한 것도 엄정화 본인이라고 한다. 트레이닝 내내 “노래가 하고 싶었다” “더 연습할 수 있다”며 의지를 불태운 그는 약 3년 전 10집 앨범의 파트2 활동을 앞두고 진행한 네이버 V앱 라이브에서 비슷한 말을 했었다. “계속 노래하고 싶어요. 나이가 어떻든 제가 노래할 수 있고 자신이 있는 한 계속해서 노래하고 표현하고 싶어요.”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