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 흔든 중국산 게임 ‘원신’, 백도어·정치색 논란

입력 2020-10-11 17:14 수정 2020-10-11 18:26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산 게임 ‘원신’이 ‘백도어’와 ‘정치색’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출시된 이 게임은 높은 퀄리티로 외신의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출시 일주일 만에 백도어 논란에 정치색 이슈까지 더해지며 ‘메이드 인 차이나’의 고질적인 문젯거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냉소적인 비판이 나왔다.

중국 게임사 미호요가 개발한 오픈필드 게임 ‘원신’은 개발 인력 500명, 개발 기간 3년의 초대형 프로젝트로 출시 전 사전예약만 2000만 건이 넘을 정도로 이목을 샀다. 미호요는 국내 팬들에게 ‘붕괴’ 시리즈로 이름이 알려진 개발사다. 원신은 닌텐도의 대표작 ‘젤다의 전설’의 게임성을 고스란히 온라인 환경에 적용했다는 호평을 얻으며 미국, 일본 등 ‘게임 강국’으로 분류되는 국가의 매출 순위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통계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원신은 출시 나흘만에 1700만 건의 다운로드가 발생했다. 한국의 경우 매출 척도가 되는 구글 플레이에서 3위까지 뛰었다. 중국을 일약 ‘게임 강국’ 반열에 올렸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하지만 출시 후 며칠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백도어’ 논란이 불거졌다. 백도어란 인증되지 않은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몰래 설치해 각종 기능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정보를 몰래 빼가는 행위를 말한다. 게임사측은 “악성 이용자가 게임을 해킹하지 못하게 막는 프로그램”이라며 백도어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지만 게임 종료 후에도 이 프로그램이 백그라운드에서 작동한다는 이용자들의 증언이 잇따르며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미호요는 해당 프로그램의 작동 메커니즘을 전면 수정했다. 그러나 이전에 백도어가 이뤄졌는지 여부는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게임 핵 프로그램 등을 담당하고 있는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해당 논란이 게임 외적인 내용이라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정치색까지 논란으로 불거졌다. 커뮤니티 등 이용자들에 따르면 원신은 홍콩, 타이완, 티베트 등 중국과 정치·국제적 갈등이 있는 나라명을 채팅창에 칠 수 없다. 이 외에도 천안문, 신장(위구르 자치구) 등의 단어도 비속어와 같이 필터링 처리된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원신은 놀라울 정도로 기술적 진보를 이룬 중국 게임 시장의 결정판이라고 할 만하다”면서도 “여전히 ‘메이드 인 차이나’의 고정관념을 깨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게임이 세계 시장에서 통한다는 게 최근 여러 게임에서 증명되고 있는 만큼 국제적인 정서나 규격도 고려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