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린(24)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 4년 만에 첫 승을 달성했다.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5)을 포함한 추격자들을 10타 이상으로 따돌리고 출발한 마지막 날에 심한 기복으로 추격을 허용할 뻔했지만, 막판 뒷심을 발휘해 우승을 지켜냈다.
안나린은 11일 세종 산울동 세종필드골프클럽(파72·6676야드)에서 열린 2020시즌 KLPGA 투어 오텍캐리어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3개를 버디 3개와 맞바꿔 이븐파 72타를 적어냈다. 타수를 줄이지 못한 스코어는 하루 전과 마찬가지로 16언더파. 최종 합계 272타로 정상을 밟았다.
안나린은 2014년 9월 KLPGA로 입회해 2017년 투어로 데뷔한 4년차다. 이번 우승으로 이력에 1승을 작성했다. 생애 처음으로 받은 우승상금은 1억4400만원이다.
안나린은 2라운드부터 연이틀 7타씩을 줄인 폭발력을 발휘해 단독 선두에서 최종 4라운드를 출발했다. 리더보드 두 번째 줄에 있던 세계 랭킹 1위 고진영을 10타 차이로 따돌린 만큼 낙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생애 처음으로 다가오는 우승 앞에서 다소 긴장한 듯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3번·12번·13번 홀(이상 파4)에선 보기를 범했다. 그렇게 오버파 스코어를 늘려가는 동안 유해란, 임희정, 고진영의 추격전이 펼쳐졌다.
유해란은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쓸어 담고 안나린을 쫓아갔다. 4라운드를 출발할 때만 해도 안나린에게 13타차로 벌어진 5위에 있었지만, 마지막 5개 홀을 남겼을 땐 4타 차 단독 2위까지 올라갔다.
안나린은 라운드 종반에야 힘을 발휘했다. 14번 홀(파5)에서 3m짜리 버디 퍼트를 잡고 분위기를 반전했다. 유해란은 14~16번 홀 연속 버디로 안나린과 간격을 2타 차까지 좁혔다. 남은 홀은 2개. 유해란의 추격, 혹은 추월도 가능했다. 안나린은 그제야 달아나기 시작했다.
안나린은 17번 홀(파3)에서 티샷을 홀컵 2m 앞으로 붙여 버디를 잡았고, 다시 2m 앞에 올린 마지막 18번 홀(파4) 버디 기회에서 ‘위닝 퍼트’를 잡고 우승을 확정했다. 이날 선전한 유해란은 8800만원의 준우승 상금을 손에 넣었다.
임희정과 고진영은 최종 합계 7언더파 281타로 공동 3위에 랭크됐다. 임희정은 올 시즌에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지만 큰 기복을 나타내지 않아 상금 랭킹 2위, 투어 랭킹(K-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고진영은 올 시즌 출전 대회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에 도달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