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은 전직 고위공무원 및 업계 관계자들의 실명이 적힌 내부 문건을 여러 장 확보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청와대와 여권 인사 이름이 적힌 문건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검찰은 그런 문건은 입수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전직 옵티머스 관계자들도 ‘여권 인사 실명이 있는 문건은 보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검찰은 일부 로비 의혹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범죄 혐의를 특정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이 문건을 입수한 지 3개월여가 지났다는 점에서 사실관계 확인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는 ‘펀드 하자 치유’ 문건을 포함한 옵티머스 내부 문건을 다수 확보하고 조사 중이다. 해당 문건은 여러 가지 버전이 존재하는데 내용은 대부분 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서 사실관계가 확인된 부분도 있고 허황된 부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현(50·구속기소) 옵티머스 대표가 지난 5월 작성한 해당 문건에는 이혁진 전 대표와의 경영권 분쟁 과정 및 ‘고문단’의 역할이 적혀 있다.
문건에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채동욱 전 검찰총장, 양호 전 나라은행장 등의 이름이 등장한다. 채 전 총장이 지난 5월 고문으로 활동할 당시 봉현물류단지 사업과 관련해 경기도지사를 만났다는 내용도 적혀있다. 채 전 총장 측은 “식사 자리에서 단체장을 만난 적은 있지만 인허가 등에 관해서는 말을 꺼낸 사실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건의 주요 내용들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또 문건에는 ‘이 전 대표가 민주당과의 인연을 매개로 국회의원, 민주당 유력인사들에게 회사를 공격하게 했다. 이를 소명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민주당 및 정부 관계자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이 됐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또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참여돼 있어서 본질과 다르게 권력형 비리로 호도될 우려가 있다’는 내용도 있다. 로비 의혹과는 별개로 여당 인사 등이 옵티머스 펀드의 수익자로 설정돼 있다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검찰이 확보한 문건에는 여당 관계자들의 실명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옵티머스 고위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에서)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도움을 줄 사람도 없고 이런 사건을 누가 어떻게 도와주겠느냐”며 “문건에 나오는 것들은 아무 본질적인 내용이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옵티머스 측과 자문계약을 맺었었던 A변호사도 “여권 인사들에 대해선 아는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 김 대표도 그런 얘길 한 적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옵티머스 관계자는 문건에 대해 “일부러 보여주려고 만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검찰은 문건과 별개로 김 대표가 당시 금융감독원 국장 B씨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조만간 B씨를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성원 구승은 기자 naa@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