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15만명을 넘어섰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무시하는 발언을 이어가며 국제사회의 눈총을 받고 있지만 국민들의 지지율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부의 코로나19 긴급 재난지원금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0일(현지시간) “포퓰리스트 지도자인 보우소나루는 그의 우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아무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은 명확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여론 조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뒤쳐지고 있는 것과 달리 보우소나루 정부는 40%라는 기록적인 지지율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여론조사업체 XP/이페스피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7월 30%에서 8월 37%, 지난달 39%로 오른 바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팬데믹 이후 “코로나19는 작은 독감” “코로나19는 소년이 아닌 남자처럼 마주해야 한다” “자가격리는 약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 등의 망언을 일삼아왔다. 지난 7월 자기 자신이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됐다가 20여일만에 업무에 복귀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브라질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15만명을 넘어선 이날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어느 날 당신이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는 65세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면서 “코로나19는 가벼운 독감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인기는 코로나19 긴급 재난지원금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브라질에선 약 6700만명의 국민들이 지난 4월부터 월 100달러(미혼모의 경우 210달러) 가량의 긴급 재난지원금을 받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마트 계산원으로 일하면서 소두증을 가지고 태어난 5살배기 아들을 키우는 지셀리 안드레이드(34)는 브라질 북동부의 낙후된 지역인 페르남부쿠 주에 살고 있다.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좌파 노동자당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주민의 65%가 긴급 재난지원금을 받고 있는 이 지역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층은 늘고 있다.
지셀리도 그들 중 하나다. 그녀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긴급 재난지원금을 기대하지 못했다”면서 “사람들은 대통령이 이기적이라고 말하지만 대통령은 그 반대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국민들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인기에는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망했다. 브라질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계속해서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탓이다. 브라질 민간 연구기관 제툴리우 바르가스 재단에 따르면 지난달 긴급 재난지원금은 이미 절반 규모로 축소됐고, 올 연말이면 지급이 종료될 예정이다.
브라질 보건부는 이날까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508만2637명, 누적 사망자는 15만198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했다. 브라질의 누적 확진자는 미국, 인도에 이어 세 번째이며 누적 사망자는 미국 다음으로 많다. 일일 신규 확진자는 지난 8일부터 이날까지 사흘 연속 2만명대를 기록했다.
브라질 정부의 장관급 인사 중에서도 지금까지 10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비 아우콜룸브리 상원의장, 호드리구 마이아 하원의장, 아우구스투 아라스 검찰총장, 루이스 푹스 대법원장 등 의회와 사법부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달았다. 주지사 27명 가운데서도 10여명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고 치료 중이거나 회복됐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