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감원 전관 “(옵티머스 검사) 따뜻한 맘으로 봐달라” 전화

입력 2020-10-11 16:50

김재현(50·구속기소)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의 법률자문 역할을 했던 금융감독원 출신의 법무법인 인사가 지난 5월 금감원의 옵티머스 현장검사 당시 “잘 굴러가는 회사였다. 따뜻한 마음을 갖고 봐 달라”고 금감원에 전화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인사는 김 대표로부터 금감원의 옵티머스 검사 착수 사실을 안 뒤 금감원에 전화를 했지만 로비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금감원 퇴직 후 한 대형 법무법인의 전문위원으로 있는 A씨는 최근 국민일보에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그는 지난 5월쯤 김 대표로부터 금감원의 옵티머스 검사 사실을 전해듣고 여러 자문을 수행해주는 한편 금감원의 담당 국장, 팀장에게 전화를 한 일이 있다고 밝혔다. A씨는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잘 해달라”고 했고 질문도 건네려 해 봤는데, 금감원 팀장은 “이러면 안 되는 걸 알지 않느냐”고 반응했다고 한다. A씨도 “그래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A씨는 애초 알고 지냈던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의 소개로 2017년부터 김 대표를 알고 지낸 사이라고 했다. 그는 김 대표로부터 지난 5월 금감원 검사 관련 연락을 받은 뒤 한동안 각종 답변을 해주다가 지난 6월부터는 정식으로 자문계약을 맺었다고 했다. 이후 옵티머스 펀드 수탁사인 하나은행, 판매사인 NH증권과의 이해상충 문제로 자문료를 일부 돌려주고 계약을 종료했다고 한다.

금감원은 지난 4월 말부터 1개월여간 옵티머스를 서면검사했다. 이때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는 투자제안서와 달리 실제로는 비상장법인 사모사채 등에 자금을 운용한 사실을 파악, 지난 6월 12일 현장검사를 결정했었다.

옵티머스 사태가 커지면서 옵티머스가 대주주 변경 승인 등 금감원에 갖은 민원을 해왔다는 이야기가 불거지고 있다. 김 대표에게 자문을 제공했고 관련 법인의 감사로 재직 중인 A씨가 ‘로비 창구’처럼 지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A씨는 금감원 전화 사실을 밝히면서도 “로비라는 게 가능하진 않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들도 “검사 과정에서 이런저런 전화를 받는 일이 없지는 않다” “특정 결과를 바꾼다거나 하는 영향이 없었다면 문제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를 내놨다.

금감원은 지난 7월 옵티머스에 대한 현장검사를 완료하고 사기 거래와 대표이사의 횡령 등 주요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채권에 투자한 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 검사 결과의 골자였다. 이후 검찰 수사는 옵티머스의 사기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배경을 살피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는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