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중 상온 노출 사고에 이어 이번에는 인플루엔자(독감) 일부 백신에서 침전물이 발견돼 제약사가 자진 회수에 나섰다. 침전물이 인체에 부작용을 미칠 우려는 적지만 선제적인 차원에서 제조사 측이 회수하기로 한 것이다. 잇따른 사고로 회수되는 백신 물량이 100만 도즈에 달하면서 향후 예방접종 사업에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문제가 발생해 회수되는 백신 물량은 총 107만190 도즈(107만190명분)에 달한다. 유통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돼 48만 도즈가 지난 8일까지 회수됐고, 백색 입자가 발생해 회수되는 백신이 61만5000 도즈다. 두 가지 문제가 다 발생해 중복되는 물량은 2만4810 도즈로 파악됐다.
당장 13일부터 국가 예방접종 사업이 재개되는 가운데 100만 도즈가 넘는 양을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질병청은 당초 추가 구매했던 백신 34만 도즈로 부족분을 채울 계획이었지만 소실분이 예상보다 더 커지면서 식약처와 함께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번에 회수되는 ㈜한국백신사의 인플루엔자 백신 ‘코박스플루4가PF주’ 61만5000 도즈는 백신 자체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유통 과정의 문제도 아니었다. 해당 백신은 유통 전 과정에서 적정온도(2~8도)의 콜드체인(냉장유통) 시스템이 유지된 것으로 조사됐다.
식약처는 전문가 자문 결과 생산된 백신 원액을 옮겨 담기 위해 주사기에 주입하면서 백색 입자가 기준치 이상으로 발생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출하를 앞두고 실시된 품질검사에서는 미세입자 기준을 통과할 정도였지만, 유통 중에 물리적 영향 등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입자가 커지고 응집체가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회사는 백신에 A사와 B사 2개사의 주사기를 사용했는데 B사 주사기를 사용한 생산단위 2개에서만 흰색 침전물이 발생했다. 앞서 이의경 식약처장은 브리핑에서 “콜드체인은 지켜졌기 때문에 제조 단계에서 원액과 주사용기 사이에서 문제가 생겼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특정 원액을 특정 주사기에 넣으면 입자가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회수 대상 백신은 지난 9일 기준으로 1만7812명에게 접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 대상자 7018명, 일반 유료접종자가 1만794명이었다. 보고된 이상 사례는 국소부위 통증 한 건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백색 입자가 항원 단백질 응집체로 환자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백신의 항원 단백질이 한데 엉겨 입자를 보이는 경우는 종종 발생하는 일이기도 하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색 입자는 유통 중 물리적 영향 등으로 인해 시간이 지나며 입자가 커질 수 있으며, 이런 현상은 드물지 않게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