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7번’을 단 에딘손 카바니(33·우루과이)가 자신의 영입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고 팀에 트로피를 안겨왔던 ‘노장 공격수’의 계보를 이을 수 있을까.
더선 등 영국 매체는 11일(한국시간) 해리 레드냅 전 토트넘 홋스퍼 감독이 카바니의 맨유 이적에 대해 “주급 20만 파운드(약 3억원)를 주고 33세의 카바니를 영입한 건 무척 실망스럽고 절망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이적 시장 막바지에야 선수 영입을 대량으로 성공시킨 맨유의 행보와 맞물려, 카바니의 맨유행도 ‘패닉 바잉’의 일종으로 보는 시선이 존재하는 것.
하지만 맨유가 과거 노장 공격수를 활용해온 역사를 볼 때 카바니를 선택한 게 오히려 호평 받을 여지도 충분하다. 맨유는 지난 2016-2017시즌 35세나 됐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9)를 영입해 2시즌 동안 활용했다. 물론 부상으로 고생하기도 했지만, 이브라히모비치는 자신의 첫 시즌 46경기 28골 9도움을 올리며 클래스를 증명했다. 맨유도 해당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가와 EFL컵, 커뮤니티실드를 우승하며 영입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브라히모비치만의 사례는 아니다. 맨유는 이브라히모비치 영입 시점의 정확히 10년 전에도 35세의 스트라이커를 영입해 효과를 봤다. 올레 군나 솔샤르 감독이 선수로 뛰던 2006-2007 시즌 맨유는 헨릭 라르손(49)을 임대로 영입했다. 뤼트 판 니스텔로이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고 루이 사하가 부상으로 이탈하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꺼낸 카드였다. 라르손은 그의 경험을 앞세워 중요한 경기마다 골을 터뜨리며(3골) 해당 시즌 맨유의 EPL 우승에 기여했다.
맨유는 드와이트 요크(1998-1999) 뤼트 판 니스텔로이(2002-2003) 디미타르 베르바토프(2010-2011) 판 페르시(2012-2013) 등 걸출한 ‘득점왕 출신’ 중앙 공격수를 보유한 팀이었다. 하지만 판 페르시 이후엔 EPL 득점왕을 배출하지 못하는 등 최전방의 무게감이 다소 떨어진 상황이다. 맨유 최전방은 앙토니 마르시알(25) 마커스 래시포드(23) 메이슨 그린우드(19) 등 어린 선수들이 책임지고 있다.
현역 시절 라르손의 사례를 옆에서 지켜본 솔샤르 감독은 경험이 풍부한 카바니를 어린 선수들을 이끌 공격진의 한 축으로 선택한 모양새다. ESPN 보도에 따르면 카바니는 “솔샤르가 날 맨유로 오도록 설득했다”며 “솔샤르가 말한 것들에 대해 강력히 동의하며, 희생과 팀에 대한 헌신, 경쟁은 내가 정말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솔샤르 감독은 나이가 많지만 활동량이 뛰어나고 투쟁적인 카바니를 보충함으로써 어린 선수들을 동기부여시킴과 더불어 팀에 기여할 또 다른 공격 옵션도 보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심지어 카바니는 맨유 입단 당시의 이브라히모비치, 라르손보다 어리다. 지난 시즌 파리생제르맹 내 경쟁에서 밀려나며 득점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2006-2007시즌 팔레르모에서 데뷔한 뒤 유럽 무대에서 기록한 556경기 341골의 경험치는 무시할 수 없다. 같은 기간 카바니보다 많은 골을 넣은 공격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 밖에 없을 정도다.
카바니가 비판을 극복하고 진가를 보여줘 맨유에 트로피를 안겨줄 수 있을지, 향후 맨유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