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동포 사랑’한다며…남측 겨냥 방사포 과시한 김정은

입력 2020-10-11 15:57
북한은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공개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각종 신무기를 적극 과시했다. 다탄두가 탑재 가능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물론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방사포 3종도 공개했다. 이 같은 각종 신무기들은 우리 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10일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SLBM을 ‘북극성-4A’라고 명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열병식에서 공개된 SLBM엔 북극성-4A라고 쓰여 있었다. 북극성-4A는 기존 북극성-1형에 비해 직경이 2~3배 커졌고, 북극성-3형보다도 직경이 다소 굵어졌다. 또 다탄두 형태로 개발된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건조 중인 것으로 알려진 4000∼5000t급 신형 잠수함에 탑재될 것으로 추정된다. 또 동체를 탄소섬유로 제작한 것으로 보여 무게가 줄어 사거리도 북극성-3형보다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앞서 북극성-3형이 중국의 SLBM ‘쥐랑-2(巨浪·JL-2)’와 비슷한 형태였던 것처럼, 이번 북극성-4A도 쥐랑-2 개발 과정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지난해 개발한 발사관 6개를 탑재한(6연장) 초대형 방사포를 공개했다. 북한은 지난해 초대형 방사포 시험 사격 당시 사진을 일부 공개했지만, 선명한 실물을 여러 각도로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북한은 또 다양한 발사관을 갖춘 600㎜ 구경의 초대형 방사포도 선보였다. 이날 열병식에서 발사관 6개를 탑재한 6연장 방사포를 비롯, 4연장·5연장 방사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초대형 방사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사거리가 유사하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초대형 방사포 및 대구경조종방사포 등 신형 방사포를 여러 차례 시험발사한 바 있다. 방사포의 모습이 전면적으로 확인된 건 이번 열병식이 처음이다. 특히 초대형 방사포는 최대 사거리가 400㎞에 달해,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열병식에서는 신형 장갑차와 신형 전차도 최초로 식별됐다. 처음 등장한 북한판 스트라이커 장갑차는 미군 스트라이커를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115㎜ 전차포와 대전차 미사일을 장착한 2종류가 드러났다. 특히 4축 8륜(8개) 바퀴로 미군 장갑차와 외형이 유사했다.

신형 전차는 중국의 수출형 전차 VT-4를 본뜬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소련의 전차들을 복제·개량한 천마호, 폭풍호, 선군호 등 기존 북한 전차와는 전혀 다른 외형의 3세대 전차로 보인다.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 생화학부대가 신형 방독면과 보호의를 착용한 채 경례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다기능 레이더와 러시아제 지대공미사일(TOR)을 장착한 신형 지대공미사일(SAM)도 처음 나타났다. 트레일러 차량에 탑재할 수 있는 우수한 기동력을 활용, 다양한 장소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 전투복과 비슷한 디지털 무늬 군복, 미군 멀티캠(카키색 바탕에 녹색·갈색이 섞인 위장무늬) 군복과 유사한 군복을 착용한 군인들은 눈길을 끌었다. 생화학부대는 신형 방독면과 보호의를 착용한 채 처음 나왔다. 조준경과 소음기 등을 장착한 개량형 AK-47 소총도 보였다. 북한군도 한국군처럼 워리어플랫폼(개인전투체계) 개선을 적극 추진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디지털무늬 전투복을 착용한 북한군의 모습. 연합뉴스

이번 열병식에서 공개된 다양한 북한의 신무기들은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에게 메시지를 전했지만, 북한의 각종 전략 증강은 우리 안보에 분명 부담이 된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지낸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북한이 공개한 각종 신무기 중 우리에 대한 정밀타격 능력을 향상시킨 무기들은 굉장히 위협적으로 느껴진다”며 “우리와 대치 중인 상대가 신무기를 계속 사들이고 개발하고 있음에도, ‘웃으면서 잘 지내자고 한다, 신무기 구매는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