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의 유능한 인재를 공직사회에 수혈하기 위해 도입한 국민추천제에 따라 1만명 가까운 인재를 추천했지만 정작 선임된 인원 가운데 현재 공직에서 일하고 있는 정규직은 3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발 인원 대다수는 시험선발위원회나 공공기관 임원추천위원회와 같은 ‘아르바이트성’ 일자리만 부여받는 등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1일 인사혁신처가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인사혁신처가 2015년 국민추천제 도입 이후 올해까지 부처와 공공기관 등 각 기관에 추천한 인재는 총 9982명에 달한다. 인사혁신처는 올해에만 7월까지 3498명을 각 기관에 추천해 이 가운데 272명이 실제 선임됐다.
국민추천제는 정부 기관에 우수한 인재풀을 확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장·차관이나 정부 산하기관·공공기관장 등에 적합한 인물을 추천하기 위한 취지로 2015년 도입됐다. 2016년부터 각종 정부 내 위원회나 산하기관 임원 후보자 등도 추천할 수 있게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현직 공무원뿐 아니라 민간인도 추천 대상이 될 수 있다. 각 기관이 인사혁신처에 특정 직위에 적합한 후보자 추천을 요청하면 인사혁신처가 추천하고 해당 기관이 선임하는 식이다.
그런데 정작 인사혁신처의 추천 내역을 보면 추천 인재 대다수는 시험선발위원회와 같은 한시적인 일자리에 집중됐다. 인사혁신처가 추천한 9982명 중 7555명(75.7%)이 시험선발위원회였다.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는 1192명, 공공기관 임원 및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448명 등 대부분 인재 추천이 위원회에만 집중됐다.
인사혁신처 추천으로 실제 정부 기관에 선임된 인원은 1227명이었다. 전체 선임 인원 가운데 1033명(84.1%)이 시험선발위원회였다. 국민추천제를 통해 선임돼 정부·공공기관에서 정규직으로 일한 인원은 총 14명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대부분은 퇴직하고 현재도 공직에 남은 인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근무하는 4급과 국세청의 4급, 부산시의 3급 직원 등 3명이 전부다. 인사혁신처는 당초 국민추천제로 들어온 정규직 직원이 전무하다고 박 의원에게 보고했다가 국민일보 취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숫자를 정정했다.
인사혁신처가 운영하는 국민추천제 홈페이지에는 외부 전문가를 정부 부처에 영입한 사례가 3건 소개돼 있다. 여기에 소개된 김대철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심사부장 등 3명 모두 현재는 공직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인사혁신처 추천으로 선임된 전문가 대부분은 시험선발, 임원 추천 등 한시적 업무만 맡아야 했다. 교통공학 박사인 철도전문대 교수 A씨와 대학교 조경학과 교수였던 B씨 모두 한국철도공사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임추위로만 선발됐다. 박 의원은 “국민추천제가 공직사회에 새 바람을 불어넣기는커녕 시험을 출제하고 수당을 받아가는 ‘수십만원짜리 단기직’ 양산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