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노동자가 배송업무를 하던 중 숨지는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올해 들어서만 8명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배송물량이 늘면서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민주노총 택배연대노조(이하 택배노조)에 따르면 CJ대한통운 소속 택배 노동자 A씨(48)는 지난 8일 오후 7시30분쯤 배송 업무 중 갑작스런 호흡곤란을 호소해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택배노조는 A씨가 과로 때문에 사망한 것이라 주장한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A씨는 20여년간 지병이나 다른 건강상 문제없이 택배 일을 해왔다”며 “정확한 부검 결과를 봐야겠지만 과로 외에는 사망 원인을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평소 업무량에 대해 주변에 어려움을 호소한 적 없었다는 A씨는 최근 추석 연휴 전후로 가족들에게 “일이 많아 힘들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A씨는 매일 오전 6시30분쯤 출근해 밤 9~10시까지 하루 평균 약 400개의 택배를 배송했다. 하루 노동시간이 15~16시간에 달한다. 택배노조는 택배 분류작업을 장시간 노동의 원인이라 본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정부와 업계가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추석 기간 동안 택배 분류작업 인원을 2000명 가량 충원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현장에는 300명 가량만 투입됐다”며 “A씨가 소속된 터미널에는 단 한 명의 인력도 투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숨진 당일에도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택배 분류작업을 해야 했고, 할당된 물량을 배송하던 중 사망했다. A씨는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을 한 터라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택배노조 측은 “택배 노동자가 얼마나 더 죽어야 하냐”며 정부와 업계에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택배노조는 A씨 발인일인 12일 유가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CJ대한통운 측은 “현재 사인과 관련해 조사가 진행 중이며 필요한 부분에는 최대한 협력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