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수송, 화물 수송 이어 대형항공사 ‘구세주’ 될까

입력 2020-10-11 15:48 수정 2020-10-11 15:51
대한항공이 온도조절이 가능한 특수 컨테이너를 화물 항공기에 탑재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들이 본격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운송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이르면 연말 개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코로나19 백신이 화물 수송으로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항공업계에 ‘가뭄에 단비’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코로나19 백신 수송 전담 조직(TF)을 구성했다. 백신은 2~8도 사이 온도에서 운송해야 하고 종류에 따라 -70도 이하에서 보관해야 한다. 백신 수송을 위한 항공사의 전문성과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대한항공은 온도 조절이 가능한 특수 컨테이너 등 필요 장비를 다량 확보하고 보안 절차를 재정비하기로 했다. 또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 신선 화물 보관시설을 1872㎡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현재 대한항공이 보유 중인 냉장·냉동 보관시설은 약 1292㎡ 규모로 100t의 온도조절 화물을 수용할 수 있다. 850㎡ 규모의 냉동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도 해외 지점을 대상으로 특수창고 현황을 파악 중이다.

업계는 백신 운송으로 최소 1600편의 추가 항공 화물 수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약 100억회분의 백신량이 필요하며 수송을 위해 B747 화물기 8000여대를 동원해야 한다고 예측했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인 40억명이 백신을 2회 투여받는다고 가정하면 80억도즈(1도즈는 1회 접종분)의 백신이 수송돼야 하는데 이 중 20%인 16억도즈만 항공편으로 운반돼도 1600편의 추가 항공화물 수요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생존 갈림길에 선 항공업계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3분기 영업이익의 경우 대한항공이 483억원으로 업계 유일 흑자가 예상됐고 아시아나항공(-1001억원), 제주항공(-704억원), 진에어(-505억원) 등은 줄줄이 적자가 전망됐다. 대한항공 역시 화물운임이 갈수록 낮아지면서 장기적인 수익성은 불확실하다.

다만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대다수가 의약품 운송 자격이 없어 화물 수송에 이어 백신 수송 수혜도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앞서 지난해 6월 IATA로부터 의약품 운송을 위한 자격인 ‘CEIV Pharma’를 취득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향후 대형항공사와 LCC 간 재무건전성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