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를 찾는 외국인의 발길이 거의 끊긴 상황에서 외국인 1인당 면세 구매액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역설이 빚어졌다.
11일 KB증권이 분석한 한국면세점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외국인이 국내 면세점에서 쓴 돈은 1인당 평균 1만5539달러(1790만원)로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올해 1월 908달러였던 이 금액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외국인 입국이 급감한 지난 3월 3323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4월 6687달러, 5월 8652달러, 6월 1만2954달러, 7월 1만4275달러로 매달 크게 늘었다.
8월 외국인 1인당 평균 지출액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해 891달러의 17.4배다. 연도별 외국인 1인당 지출액은 2016년 370달러에서 2017년 624달러, 2018년 749달러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지만 최근 증가폭은 어느 보다 압도적이다.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급감한 상황에서 1인당 면세 구매액이 급증한 건 주로 중국인 보따리상이 자국에서 되팔 목적으로 대량 구매를 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2주 격리 조치 등으로 출입국이 어려워진 탓에 한번 들어왔을 때 더 많은 물건을 사가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중국이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하면서 내수 회복세를 보이자 보따리상들이 한국산 면세품 구매를 더욱 늘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면세점들이 제한된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 판촉 경쟁을 벌이며 할인폭을 키운 것도 구매액 증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많이 살수록 할인율도 커지기 때문에 구매단가를 낮춰 재판매 이윤을 높이려는 보따리상은 구매액을 늘릴 수밖에 없다.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은 관세법상 면세 구매액에 한도가 없다. 반면 1인당 구매액이 늘수록 할인폭도 커져 면세점의 수익성은 크게 떨어진다.
8월 면세점 매출은 7월(1조2515억원)보다 15.4% 늘어난 1조4441억원으로 4월 바닥(9867억원)을 찍은 뒤 4개월 연속 증가했다. 올해 1월 2조247억원이던 매출은 코로나19 국내 확산이 본격화한 2월 1조1025억원으로 거의 반 토막 났다.
면세점 이용자 수는 7월 51만7041명에서 8월 59만2545명으로 14.6% 늘었다. 외국인이 7만240명에서 7만5037명으로 6.8%(4797명) 늘어나는 동안 내국인은 44만6801명에서 51만7508명으로 15.8%(7만707명) 늘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