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서 ‘쿵’, 두개골 골절” 서울 관악구 전동킥보드 사고

입력 2020-10-11 15:39
서울 관악구에서 지난 8월 11일 발생한 전동 킥보드 사고 영상. MBC '실화탐사대'

두 달 전 서울 관악구에서 발생한 전동 킥보드 사고 영상이 11일 MBC ‘실화탐사대’에서 공개됐다.

이날 실화탐사대에서 방송한 영상에는 내리막길을 내려오던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행인을 덮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운전자는 전동킥보드를 멈추기 위해 브레이크를 잡으며 한쪽 발로 땅을 디뎠지만, 이미 가속이 붙어 통제가 어려웠다. 심지어 전동킥보드 운전자와 행인이 충돌할 당시 바로 뒤쪽 도로에서 버스가 지나가 자칫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사고 목격자는 “버스가 사람을 치고 지나가는 줄 알고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충돌 순간 뒤쪽 도로에서 지나가는 버스. MBC '실화탐사대'

자전거보다 제동 장치가 열악한 전동킥보드는 가속이 붙으면 멈추기가 더욱 어렵다. 방송에서 자전거와 전동킥보드를 똑같이 시속 25㎞로 운전하다가 동시에 브레이크를 잡는 실험을 한 결과, 전동킥보드는 자전거보다 4.2m를 더 가서야 멈췄다.

전제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전동킥보드는) 급정거가 어렵기 때문에 뒤늦게 발견하고 멈추려 해도 멈출 수 없다”며 “사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악구 사고는 지난 8월 11일 오후 5시쯤 신림동의 한 내리막길 앞에서 발생했다. 내리막길을 내려오던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60대 남성 A씨를 덮쳤고, A씨는 이후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 등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실화탐사대 측은 사고 당시 전동킥보드의 속도가 시속 25㎞였다고 전했다. 전동킥보드가 내는 최고 속도다.

A씨의 아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전동킥보드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건강하던 아버지가 귀갓길에 이런 상해를 입고 행복했던 우리 가정이 파탄 났다”며 “인도나 차도에서 안전용품을 착용하지 않고 타는 행위, 급경사를 질주하는 것, 2인 이상이 함께 탑승하는 것, 도로에 아무렇게나 방치하는 것 등의 행위를 규제하고 보험 필수 가입 등의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운전면허를 소지한 사람만 이용할 수 있었던 전동킥보드는 오는 12월부터 만 13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탈 수 있게 됐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원래는 원동기 장치 자전거 면허를 취득해야만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었는데 이 조항을 도로교통법에서 아예 없애버렸다”며 “13세 이상만 되면 안전 장비를 착용 안 해도 되고, 교육의 필요도 없이 무작정 탈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마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