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인(80)씨는 큰형을 만나기 위해 스무번 넘게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지만 아직 북녘땅을 밟지 못했다. 장씨의 13살 많은 큰형은 6․25전쟁때 포로로 잡혀 돌아오지 못했다. 2008년 중국 브로커를 통해 형과 나눈 편지가 유일한 소식이다. 장씨는 2018년 6월 형의 사망 소식을 전해들었다.
장씨는 11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조카라도 만나 형이 어떻게 살았는지, 생전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듣고 싶다”면서도 “남북관계가 다시 얼어붙은 데다 설령 이산가족 상봉이 다시 재개돼도 5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내가 선택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985년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신청을 받기 시작한 이래 8만명 이상의 이산가족이 북에 있는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일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13만3000여명이다. 이 중 상봉 기회를 한 번도 갖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사람은 8만872명으로 집계됐다. 상봉이 성사된 이산가족은 3300여명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매달 평균 330명 정도의 이산가족이 숨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지난 8월까지 1만550명이 사망했으며, 2016년부터는 사망자 수가 이미 생존자 수를 앞지른 상태다.
생존 이산가족도 대부분 고령이다. 생존자 중 80대가 2만42명(39.7%), 90대 이상은 1만2782명(25.3%)으로 80대 이상 비율이 65%에 이른다. 특히 북한 주민의 기대수명이 남한보다 10여년 낮은 점을 감안하면 북측의 생존 이산가족은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산가족단체들은 상봉 신청도 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사람이 훨씬 많다고 입을 모은다. 장만승 일천만이산가족 위원장은 “가족을 찾기 위해서는 헤어질 당시 상황을 말해야 하는데 자본가나 지주계급이었다면 불이익 우려 때문에 신청조차 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고 했다. 김 의원은 “더 이상 상봉을 지체할 수 없다”면서 “화상상봉이나 영상편지 교환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