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열병식에 분노한 野 “통중계, 북조선이냐…노마스크”

입력 2020-10-11 15:29
북한 주민들이 지난 10일 진행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야당은 지난 10일 오전 0시부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열병식이 국내 일부 방송에 여과 없이 녹화중계된 데 대해 “여기가 북조선이냐”고 맹비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우리 공무원 이모(47)씨 피살 사건에 대한 사죄도 없이 ‘사랑하는 남녘 동포’ 메시지를 낸 점도 비판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정은 열병식 연설을 녹화한 조선중앙TV를 통째 중계하는 뜨악한 장면을 보고 있는 제 눈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시각 조선중앙TV 통중계, 이 무슨 일이냐. 대한민국이냐, 북조선이냐”고 말했다. 전날 일부 국내 매체가 북한 조선중앙TV의 열병식 녹화 방송이 편집 없이 사실상 그대로 중계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지난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북한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재난을 이겨내자고 연설하는 대목에서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하태경 의원은 “김정은이 우리 공무원 살해한 것은 코로나 때문이라고 한다. 외부인에 의한 코로나 전파 우려 때문에 진단도 해보지 않고 총살하고 불태우기까지 했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열병식 주민들은 모두 마스크를 벗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만약 코로나를 이유로 무고한 공무원에 대한 총살 지시가 내려간 게 사실이라면 코로나 대량 전파 환경을 만든 김정은은 더 준엄한 심판 받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죄가 없었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기습적인 열병식”이라며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군사력 행진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김정은의 웃음에선 일말의 죄책감도,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사죄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빚 많아 월북’이라며 돌아가신 분에 낙인을 찍으면서까지 고수하려 했던 문재인정부의 종전선언에 김정은은 ‘핵 전략무기’로 화답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분명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북한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4형'. 연합뉴스

김정은 위원장은 열병식 연설에서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코로나19로 인한)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열병식에서 공개된 북한의 최신 ICBM은 ‘화성 15형’보다 미사일 길이가 2~3m 길어지고 직경도 커져 있어 다핵탄두 미사일 개발 분석이 제기됐다. 또 열병식 도중 공개된 북한의 신형 SLBM ‘북극성 4형’은 현재 건조 중인 것으로 알려진 3000t급 이상 잠수함에 탑재하기 위한 신형 전략무기로 평가됐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