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에스와티니(구 스와질란드)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70대 한인 선교사 부부가 최근 완치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남부 아프리카 에스와티니를 중심으로 34년간 선교 사역을 한 김종양(74)·김상원(70) 선교사는 지난 9월 24일 자 선교 편지를 통해 주변의 기도와 현지인의 도움으로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선교사는 에스와티니에서 의료 선교, 보육원 운영 등 다양한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에 코로나19에 걸린 것도 어려운 형편에 처한 현지인들에게 식량을 나누는 사역 과정에서 일어났다.
김 선교사는 “아직 후유증으로 약간 힘들지만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투병한 지난 4주간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는 것과 같았다”고 코로나19 투병 당시를 회상했다.
김 선교사는 편지에서 자신들이 입원해 있던 루봄보 정부병원은 현지 선교관에서 두 시간 거리로 고위 관리, 왕실 가족 등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전문병원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포로수용소 같았다”고 말했다. 에스와티니는 변변한 의료시설이 없고 자국민 출신 의사도 거의 없는 등 의료 환경이 열악한 국가다.
입원 병동은 황량한 들판 한가운데 있었다고 한다. 그는 “병동 천장마저 높아서인지 겨울 내의를 입고 점퍼를 두 개나 껴입었는데도 참기 어려울 정도로 추웠다”고 설명했다.
경비원들이 환자는 병동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게 하고 외부인 출입도 제지했다. 자동차는 아예 구내에 못 들어오고 가져온 물건조차 먼저 경비원에게 맡겨놓으면 간호사가 소독약을 뿌리고 조사한 뒤에야 입원실로 옮겨줬다.
발병으로 당초 심장에 통증까지 왔던 김 선교사는 입원 며칠 동안 의사들의 집중 치료로 차츰 좋아졌지만 부인 김 선교사는 고열과 기침, 통증을 호소하며 몇 번이나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입원실 건물 안에는 밤 10시만 되면 의사나 간호사가 없었다. 외부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도 한 시간째 아무도 오지 않아 다시 전화해 “사람 생명을 가지고 장난하느냐”며 큰소리쳐야 겨우 왔다.
김 선교사는 자신도 환자지만 며칠 동안 밤마다 한 시간 정도만 자면서 아내 곁에 의자를 놓고 앉아 상태를 면밀히 확인하며 필요하면 밖으로 나가 간호사나 의사를 불러 도움을 청했다고 한다.
그는 부인에 대해 “제가 폐병과 말라리아로 병들었을 때 제 곁에서 밤을 새우며 간호했고, 권총 강도의 침입을 받았을 때 가족을 지킨다고 돌로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면서도 의연하게 곁에 있었고, 제가 심장 수술을 받고 한국에서 3개월 동안 투병생활을 할 때도 제 곁에서 저를 지킨 아내인데 지금 코로나19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살려주세요”라며 밤이 새도록 기도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약도 어렵사리 구해 주사를 맞으면서 부인은 차도를 보이기 시작했고 우여곡절 끝에 같이 퇴원해 집 근처 클리닉에 다니며 치료한 결과 코로나19 검사에서 부부 둘 다 음성으로 바뀌었다.
김 선교사는 “코로나19는 정신적, 육체적, 영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전염병이었다”면서 “무엇보다 사람을 만날 수 없어 고독하게 하고 약이 없어 치료에 대한 불안감을 갖게 하며 고열과 기침으로 밤에 잠을 잘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한 달 정도 힘들고 위험한 순간들을 보내면서 가족과 부부간의 소중함을 체험하고 배웠다”면서 “하나님의 은혜와 동역자님들의 기도가 없었다면 코로나19 전문병원에 가지도 못했을 텐데,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해보면 감사와 고마움으로 눈물이 난다”고 덧붙였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