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발화는 3층? 12층? 화재 현장 합동감식 본격 시작

입력 2020-10-11 14:08
지난 8일 울산 주상복합 아파트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관계기관 합동감식이 본격 시작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11일 오전 11시 부터 남구 삼환아르누보 화재 현장에 들어가 감식을 벌이고 있다.

이날 합동 감식에는 경찰 과학수사팀과 수사형사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울산소방본부,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관계자 등 총 22명이 참여했다.

전담팀은 지난 9일 1차 감식을 벌였으나, 건물 내 낙하물 추락 등의 위험이 있어 그물망과 펜스 등 안전시설물을 먼저 설치하기 위해 본격 감식을 뒤로 미뤘다.

관리사무소에서 화재 원인과 최초 발화지점을 규명할 서류와 장비 등을 확보했다.

전담팀은 화재 최초 신고가 들어왔던 12층과 주민들이 불길이 먼저 치솟았다고 말한 3층 등을 중심으로 불이 거셌던 곳을 발굴해 원인 분석에 도움이 될 만한 흔적을 찾고 있다. 전담팀은 이번 감식을 통해 최초 발화 위치와 화재 원인 등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 경찰과 소방 당국은 “화재 당시 여러 곳에서 신고가 들어오고, 건축물도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최초 발화점을 특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감식부터 끝나야 알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최초 신고는 “12층 발코니 쪽에서 연기가 났다”고 들어왔으나 인근 주민 등은 “3층 쪽에서 불길을 봤다”고 말하고 있다. 3층 테라스 외벽에서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불길이 ‘V’자 형태로 번진 흔적도 있다.

아파트 관리소장은 “최초 신고 전화를 받고 연기가 보이는 12층 거실 시스템 쪽을 살펴 봤는데 불꽃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담팀은 또 이 주상복합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CCTV 영상과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 중이다. 인근 건물에 설치된 CCTV 영상도 확보한 상태며 목격자와 신고자를 상대로 화재 당시 상황을 조사 중이다.

전담팀은 또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불길을 퍼뜨린 원인으로 지목된 건물 외장재, 알루미늄 복합패널에 대한품질 이상 여부도 따질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건물 외장재인 알루미늄 복합패널이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당국은 지난 8일 화재당시 신고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알루미늄 복합패널 사이 폴리에스터 재질 충진재에서 불씨가 반복적으로 되살아나면서 불길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에 불이 난 아파트는 지하 2층, 지상 33층 규모로 높이 113m인 주상복합아파트다. 큰 인명 피해를 낼 뻔 했지만 다행히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내지 않은 채 진화됐다.

주민들이 신속하게 건물 중간에 있는 피난안전구역으로 피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화재 당시 77명의 입주민은 이 건물의 15층과 28층에 있는 중간 대피층과 건물 옥상에 피해있다가 소방대원들에게 구조됐다. 연기 흡입 등 경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던 93명의 주민들은 현재 대부분 퇴원했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127세대 390여 명의 입주민은 인근 스타즈호텔 등에 임시로 대피해 있다. 울산시는 법률과 보험, 세무 등 분야별 전문가들 구성된 ‘현장 지원센터’를 설치해 상황이 수습될 때까지 운영할 방침이다. 또 가구별로 전담 공무원을 지정해 주민들이 필요한 부분을 신속하게 지원할 예정이다.

울산교육청도 화재로 피해를 본 학생들에게 학습 물품과 교복, 심리 치료 등을 긴급 지원할 방침이다.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는 학생은 52명으로, 유치원생 5명, 초등학생 20명, 중학생 11명, 고등학생 16명이다. 울산교육청은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위한 긴급 돌봄 교실도 운영한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