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에 불과한 이가 시비옹테크(54위·폴란드)가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 우승컵을 생애 처음으로 들어 올리며 파란을 일으켰다. 아직 학업을 병행하고 있어 ‘전업’ 테니스 선수라고 할 수 없는 시비옹테크는 폴란드인 최초의 메이저 단식 우승을, 한 세트도 상대에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일궈냈다.
시비옹테크는 10일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 랭킹 6위 소피아 케닌(미국)을 2대 0(6-4 6-1)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폴란드 국적 남녀 선수를 통틀어 최초의 메이저 단식 우승의 기록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시비옹테크의 기세는 폭발적이었다. 우승까지 7경기 동안 상대에게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고, 5게임 이상 허용한 경기도 없었다. 시비옹테크가 이번 대회에서 허용한 총 28게임은 1988년 슈테피 그라프(독일)가 20게임을 내주며 우승한 뒤 기록한 최소 게임 허용 우승 기록이다.
심지어 시비옹테크의 랭킹은 54위에 불과했다.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이 대회 챔피언 중 가장 낮은 랭킹이다. 이번 ‘깜짝 우승’으로 시비옹테크는 12일 발표되는 랭킹을 17위까지 올릴 수 있게 됐다.
가장 놀라운 건 시비옹테크가 아직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 학생 선수란 점이다. 시비옹테크는 오전 7시 시작하는 훈련을 마치곤 학교 수업까지 들어야 한다. 시비옹테크는 테니스 실력 향상 비결에 대한 질문에 “수학이 도움이 됐다”며 “코트를 기하학으로 이해하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대답해오기도 했다.
게다가 아직 전업 테니스선수와 대학 진학 사이에서 결정을 내린 상황이 아니다. 원래 계획은 학업과 테니스를 병행하다가 랭킹 10위 안에 들고 메이저대회 우승권에 들 정도로 기량이 성장할 경우 테니스에 집중하려 했던 걸로 알려졌다. 시비옹테크의 코치는 “시비옹테크는 엄밀히 말하면 세미 프로 선수”라며 “보통 학생처럼 공부를 해왔고, 테니스가 아직 그의 인생의 가장 큰 부분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비옹테크의 성장 배경과 주니어 시절 보여준 성적을 고려할 때 앞으로 기량을 유지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아버지 토마시 시비옹테크는 1988년 서울올림픽 조정 국가대표를 지낸 ‘선수 출신’이다. 유전자를 물려받은 시비옹테크는 2018년 프랑스오픈 주니어 여자 복식, 같은해 윔블던 주니어 단식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NBC 중계 해설을 한 존 매켄로는 시비옹테크에 대해 “앞으로 메이저대회에서 6승 이상 할 수 있는 선수”라 평가했고, 조국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폴란드와 폴란드 스포츠, 폴란드 테니스에 역사적인 날을 선사한 시비옹테크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반면 압도적인 기세로 우승까지 차지한 시비옹테크는 우승 뒤 인터뷰에서 다시 수줍은 ‘학생’으로 돌아왔다. 그는 “2년 전이 마지막 우승이라 이런 인터뷰에서 말을 잘 못한다”며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우승 트로피”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밝혔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