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열병식에서 공개된 신형 ICBM…미국 ‘실망’

입력 2020-10-11 04:46 수정 2020-10-11 09:30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당초 예상대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하자 미국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시각으로 10일 연합뉴스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 고위 관리는 이날 북한이 개최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과 관련해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협상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며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우선시하는 것은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거론하며 “미국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제시한 비전에 의해 나아가고 있다”며 “북한이 금지된 핵 이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해 우선시하는 것을 보는 것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도 미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가 “북한이 한 주민들의 더 밝은 미래를 위해 일하는 것보다 금지된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우선시하는 것을 보는 것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현지시각으로 10일 오전 열린 열병식을 조선중앙TV가 녹화중계했다. 이날 열병식 마지막 순서엔 11축 22륜(바퀴 22개)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린 신형 ICBM이 포착됐다. 북한이 마지막으로 개발했던 화성 15형(9축 18륜)보다 미사일 길이가 길어지고 직경도 굵어져 사거리가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은 또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4형’과 초대형 방사포. 대구경 조종 방사포,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등 전술·전략무기를 선보였다

미 국방부는 북한이 열병식에서 ICBM과 SLBM 등 신형 무기를 공개한 데 대해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 서플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의 열병식과 관련해 “우리는 열병식과 관련된 보도를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분석작업이 진행 중이며, 이 지역의 동맹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공개된 ICBM과 SLBM은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무기로 분류된다. 북한이 열병식에서 ICBM을 공개한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2년 만이다. 김 위원장은 열병식에서 “자위적 정당 방위 수단으로서의 전쟁 억제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확인하면서도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